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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돌말사람들

장미원 5

by 소금눈물 2011. 11. 17.

 

01/10/2004 05:15 am공개조회수 0 1



삼복염천에 아스팔트라도 녹아내리는 이런 날이면 아무리 돈 맡기고 일 시키는 이라 해도 냉수 한컵이라도 내 올 것을 목덜미까지 쇠심 박아놓은 나랏것들이라 그런지 욕본다 인사 한마디 없다고 툴툴거리며 지붕으로 올라갔다.

발바닥에 불이 댄듯 화닥거리며 돌아보니 지붕골 한중간이 굽어져 있는 것이 아예 속엣것이 내려 앉은 듯했다. 삭을대로 삭은 가장자리를 조심조심 짚었다.

지붕골이 꺾여 쳐진 것이면 어중간한 센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여지없이 뚫어질텐데 지서기 나대는 폼으로 지붕수리까지 해야한다고 하면 무슨 콧방귀를 뀔지 모를 일이다.

깨진 기와조각을 들어내고 망치질을 서너번 안했는데도 등 줄기로 후끈 땀내가 났다.
사정없이 화살처럼 꽂는 햇살과 달궈질대로 달구어진 지붕에서 솟는 열기가 휘감아서였다.

조심조심 발을 떼며 엉덩이를 옮기는 순간, 발 밑이 푹 꺼지는가 싶더니 꽈당탕 소리를 내며 장사장은 아래로 미끌어졌다.
무엇을 잡고 어쩌고 할 찰나도 없었다.
손에 걸려지는 것도 없이 와르르 쏟아지며 몸뚱이는 면사무소 마당으로 기왓장들과 엉켜서 떨어졌다.

소리에 놀라 뛰어나온 면사무소 직원들과 민원인들이 기겁을 했다.

"지붕을 고치랐드만 통째로 들구 내려와버렸네. 워쩐다냐~!"
"사람 잡겄네. 갠찮여요?"

기왓장과 함께 무너지면서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옴싹도 못하고 끙끙거리는 이 옆에서 손을 허리에 짚은 지서기가 끌끌 혀를 찼고 안뜰말 김씨가 걱정스레 돌아보았다.

장사장은 비명도 못 지르고 그대로 눈을 감았다.
허리 어디께를 잘못 내렸는지 숨도 못 쉬게 아팠다.
그 와중에도, 아픈 것을 보니 죽지는 않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쩔텨? 이저는 지와 한 두개가 아니라 지붕을 통째로 보야겄네. 기술이 읎으먼 아예 나서지를 말 일이지 워쩔라구 호미고랭이를 가래 고랭이로 만들어부렀어?"

혀를 끌끌차며 내뱉는 지서기에게 걱정스레 장사장을 들여다보던 김씨가

"사람이 워쪄 그리 독혀? 지붕이서 떨어져서 운신을 못허누만 사람 안다쳤냐 묻는 게 순서지 베라묵을 낡어 빠진 민사무소 지붕이 대수여?"

장사장 감긴 눈 아래로 대형이 얼굴이 지나갔고 마누라 잔소리도 지나갔다.
어쩌자고 날은 이리 더운지 몰랐다.
얼굴에 닿은 땅도 끓는 물을 부어놓은 듯이 화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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