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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성지순례 9 - 경천대

by 소금눈물 2011. 11. 16.

성지순례 9 - 경천대

08/14/2005 04:05 pm공개조회수 1 2





캡쳐와 지도를 보면서, 고속도로와 국도, 지도에도 안나오는 좁은 시골길을 뒤섞어 가는 여정.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보면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그 자치단체장이나 지역민들의 고장에 대한 애정이나 책임감을 비교해보면서 느낄 수가 있습니다.
특별한 특산물을 내지도 않고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었던 곳이, 그 고장을 구석구석 다녀보면서 생각도 못한 곳에서 느낀 고장사람들의 정성과 배려를 보면 다시 보게 되고 그 고장에 대해서 감동비슷한 것까지 느낄 수가 있습니다.
지난 초여름에 갔던 담양이나 이번에 들른 남해가 그런 곳이었지요.

어쩌다 보니, 대전에서 출발해서 전남북, 경남북, 강원도, 경기도까지 휘리릭 돌아보는 여행이었는데 평소 느꼈던 선입견을 더욱 고착하면서 씁쓸해하기도 했고, 유명 관광지도 아니었던 곳에서 친절한 주민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고맙기도 했고...
그래도 길에서 차 세우고 지나가는 어르신들 아무한테나 여쭈어보면 내 일처럼 서로 가르쳐주시면서 안녕을 기원해주시던 분들..정말 고맙습니다.(__)

우야튼, 사연도 많고 탈도 많았던 여정, 상주 경천대에 이르렀습니다.



이 지역 출신의 선비인 우담 채득기 선생이 지은 정자인 무우정(舞雩亭)이 있고 임진왜란 때 활약하셨던 정기룡장군의 전설도 있는데 소인이 원체가 독한 폐인증후군을 앓고 있던 터라, 역사유적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우리 나으리의 흔적 찾아내기에만 혈안이 되어버려서리 ;;



입구에 있던 폭포라오 .
바로 옆에 인체비례가 좀 익숙치 않았던 ( ^^;;) 정기룡장군 기마동상도 있다오 ..
남해 지나 대구, 김천 돌아 상주까지 오는 동안 해는 오후로 기울었고 더위에 지칠대로 지쳐서리 저 폭포에 그저 발담구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한..ㅡ.ㅡ;;



앗;;;
안내판을 자세히 보다 보니 우리 백부장님 사주전 수사중이시구랴 @@;;
늘어졌던 정신이 번쩍 들었소 ^o^
긴장 ;; 긴장;;;



한참 숲길을 지나가서 만난 주막.



"나와 보시우, 누가 찾아오셨수."

금방이라도 주모의 부름이 들릴 듯 하오.
난희 아씨가 두루마기 보퉁이를 안고 서 계실 듯한 조브장한 마당.
나으리는 문을 열어두고 어디에 가셨나...
나으리 고운 신이 놓였던 토방은 푸른 이끼가 올랐는데, 사람은 거기 없고 흔적을 찾은 후인의 가슴이 다시 저리오.




답답한 심사를 달래시던 정자.
강물은 도도히 흐르는데 갈수록 어두워 가는 시국을 걱정하며, 또 산채로 간 옥이를 생각하며 바라보시던 저 강물...



다모를 머리에 둔 채 여기저기... 한 곳이라도 놓칠세라..



우라질 이놈들이 대체 어디에 숨긴 것이야~~
연신 툴툴대며 뛰어다녔을 우리 백부장님 생각이 나서 미소가 지어지오 ^^




문득 가슴이 울컥해졌소.
난희아씨의 쓸쓸한 사랑도 지켜보고, 파직된 종사관을 찾은 포장영감의 모습도 지켜보았을 산수가 무심히 보이지만은 않소.

우리 나으리는 이 주막에 며칠이나 머무르셨을까요?
옥이가 가져온 가짜 편지를 들고 바로 포청으로 가셨으니 파옥되고 기껏 며칠이시겠구려.
여기 머물던 그 젊은 무관의 며칠의 기억....
아프고 괴로운 시간들이었겠지요.
기어이 찾아와 보고 있는 소인이 모질다는 생각까지 드오 ㅠ.ㅠ...



나으리 앉으셨던 곳에 살짝 올라가 앉아 보았소.




지나는 길손 눈에는 그 풍경도 나쁘지 않는 편안하고 풍광좋은 모습일 것이나, 답답하고 괴로운 그분 심사에 이 강물의 깊이가 어떠했을 것이며, 저 물결들은 얼마나 멀어 보였을 것인지...
무심한 산새가 여름오후를 찢고 있었소.



주막을 벗어나며...다시 되돌아보면서 쉽게 돌아서지지 않는 발길..



이곳은 각출이를 잡아들일 때 부장포교들이 사주전 수사를 하던 장면으로도 쓰였지요.
백부장이 포졸을 데리고 나오던 곳에서 다시 정자를 바라보았소.
나으리... 언제 다시 이 곳에 올 수 있을까요.
기약을 못하면서 떠납니다.
그러나 여기에 와 보고야 나으리께서 그 아이 다쳤다는 소식에 그 아픈 몸으로 홀홀단신 날듯이 달려가신 그 마음,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저 강물인들 막을 것이며, 저 언덕인들 그 마음을 가릴 수가 있었겠습니까...
안지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그 마음에 물들어 버린 미욱한 이의 연모만 더 애달파질 뿐입니다.



담양부터 화성행궁까지, 온갖 드라마의 촬영지로 다 광고를 하면서 우리 이쁜 다모는 내내 홀대였던 서운함, 여기서 백부장님을 보면서 좀 위로가 되오.
하지만 경천대는 우리 나으리의 유배 아닌 유배로 더 아픈 곳 아니오?
하기야.... 이 마음 우리 폐인들 아니시라면 뉘라서 짐작해 주실지...




여기 어디쯤에서 2부 갈밭씬을 찍지 않았을까 살짝 궁금해 하며...

길을 몰라 헤메고, 표지판을 못 만나 헤메고...
사연 많고 곡절많았던 수옥폭포길,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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