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성지순례 중 들른 다랭이 마을 -1

by 소금눈물 2011. 11. 16.

성지순례 중 들른 다랭이 마을 -1

08/11/2005 04:04 pm공개조회수 1 8




자.. 선암사를 둘러볼 만큼 둘러보고 오늘 저녁 묵을 남해로 출발하오.
소나기가 지나간 하늘, 여름방학구름이 이쁘오 ^^



연육교를 넘으면 바로 남햅니다.




남해에 가 보신 적이 있소?
정말로 이쁘고 깨끗한 섬이지요.
그림같이 이쁜 길을 구비구비 돌아가다 소나무 숲을 헤치고 문득 나타나는 바다..
충무공의 유적이 많아서 아이들과 함께 가도 참 좋을 곳이라오.



바로 여기지요.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다랭이라는 말은 조그만 논이나 밭을 이름이라오.
마을을 병풍처럼 안고 있는 설흘산에서 저 바다로 급하게 숙여지는 경사지에 크지도 못하고 딱 손바닥만하게 논이 다랭이다랭이를 이루는 곳이라 그렇게 이름이 지어졌다오.



다모 본방때 가보고 너무 좋아서 다시 찾았소.
아무리 이쁜 추억을 묻은 곳이라도 다음해에 가보면 관광객들의 쓰레기에 질려버린 적이 한두번이었던가.
고맙게도 이곳은 고대로였소.
민박집 마당 평상에 앉아서 마을 앞에 펼쳐진 저 바다에 천천히 풀어지던 달의 그림자를 황홀하게 보았던 추억...

그때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민박집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기억해주시고 어찌나 반가워해주시던지 ^^



여장을 풀자마자 바로 바다로 나갔소.
바다라고 딱히 뭐하게 그냥 마을 앞마당이 바다라오.
저기는 섬이라도 암초가 가로막아서 선착장을 만들 수 없는 곳이라 이곳사람들은 특이하게 어업을 주로 하지 않고 농업으로 생계를 잇는다오.






이 바다는 바로 태평양으로 이어진다네요.
큰 것은 원양어선, 작은 것은 멸칫배라오.



저녁이 내리기 시작하는 마을.



자세히 보면 붉은 그물다리가 보이지요?
조심스럽게 건너와 보면



그런데 저기는 차마 못 건넜소.



저 바위는 사실 까마득하게 깊은 절벽이라오.
떨어져도 한참을 조용하게 내려갈 것 같은...
저 바위절벽 사이로 물길이 오가는 소리가 무시무시했소.
차마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비스듬히 찍다가 다리가 떨려서;;;



정말 작지요?
이러니 기계영농을 할 수도 없고, 자칫 발을 헛디디면 바로 바다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저녁요기를 하려고 들른 마을 콩국수 집.
콩국수 판다고 간판같지도 않은 작은 안내판이 걸려있어서 들어갔더니 마침 제사가 있었던 모양이오.
며느님들은 바쁘게 음식준비를 하시고 느긋하게 담배를 피고 있던 할머니 ^^



마을 뒷산 설흘산이라오.
오래된 성벽도 있고 봉수대도 있답니다.



휴가지서 으례 낭패로 겪는 시끄럽고 무례한 관광객들, 바가지씌우는 장사치들.- 전혀 없었소.
그냥 조용하고 소박한 시골.



잔잔히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바다...바다의 숨결...



어쩔 수 없는 다모폐인 ^^
전국지도와 빠른 도로표시, 캡쳐사진뭉텅이들..
갈길이 정말 멀겠소 ^^
휴가지까지 노트북에다 디비디 바리바리 싸가지고 가서 또 밤새 캡쳐로도 미쳐 못 잡은 장면 뒤지기요 ^^
장면 찾는다고 부팅해놓고는 금방, 또 다모질;;;





"쥬금이야 +_+~~ 저 날렵한 손.. 통부 장면만 나오면 죽을 거 같아~."
">.<~!!! 아흑~~~~ 난 상두꾼 주막만 보면 아쥬 ;;;;;"

방안 가득 봇짐 풀어놓고 다모질 하느라 정신없는데, 할머니께서 마당으로 나와보라고 부르셨소.

다시 오마던 저를 기다리셨다는 할머니.
칠십이 넘으신 연세에도 처음 만났던 날의 할아버지 모습을 말씀하시면서 수줍어하시던 분.

"인연이 될라모 그란다데. 남들이사 볼 거 하나 없는 이기에 와 왔노..하지만 우리 할아버지가 색시맹쿠로 사브작사브작 점잖은 것이 우째~"
"이쁘셨구나~"
"으흥~"
"어디가 그렇게 좋으셨어요?"
"몰라. 좋긴 머.."

말은 그리하셔도 할머니표정은 환했소. ^^
옆마을에서 시집 온 새색시의 눈에, 다른 집 떠꺼머리 총각들 사이에서 그렇게 점잖고 고왔다는 할아버지. 작년에 식도암 수술을 하고 부쩍 쇠약해지긴 하셨지만 아직도 극진한 할머니 사랑이 그대로 느껴졌다오.

문득...
우리 도련님과 옥이도 산으로 돌아가서 그냥 그렇게 꼭 저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그렇게 그들의 남은 날을 살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 한 쪽이 아련하게 아팠소.

흰 치맛자락을 천천히 끌며 먼 바다로 나가던 달의 그림자는 없었다오.
그믐이었소 ^^;
대신에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니 쏟아져 내릴 듯 환하게 뿌려진 별들 별들....

" 앗 은하수다~!"
"은하수? 어디 어디?"
"저기는 북두칠성, 저기는..."
"북두칠성도 알아요?"
" 잘 봐봐요 죠기~ 서 국자가 시작하잖아. 저기 저기를 넘어서 나머지가 보이고..."
"옴마 진짜.. 나 은하수 첨 봐요;;"
" 정말?"
"나 귀하게 자라서 밤별 본 적 없어 "
" ㅡ,.ㅡ"
"가마히 보믄 고 아래쯤에 보이는 것이 직녀하고 견우성이다."
"앗..;; 저거요? 아 정말 은하수가 흐르네~"

종알대는 우리들을 보고 할머니는 견우직녀 별을 가르쳐 주시다가

" 별들이 ~ 소곤대는~"
"홍콩의 바암 거리이~"
노래는 금새 합창으로 변했소 ^^

별무리는 흐르고, 파도가 부딪다가 별에 닿는 밤도 흐르고,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서로 먼저 찾다가...
남해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오.

'그룹명 > 그녀는 다모폐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지순례 9 - 경천대  (0) 2011.11.16
다랭이 마을 - 2  (0) 2011.11.16
답사길에 만난 우리꽃들  (0) 2011.11.16
성지순례 8 - 여름 선암사 (2)  (0) 2011.11.16
성지순례- 여름 선암사 1  (0) 201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