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떤 꽃이 부른 이름이고
나는 어떤 바람이 부른 이름이어서
네가 피어 내가 찾아들면 너의 목숨이 져야 하고
내가 눈 감으면 너는 뜻도 없이 기우는 생이어야 했느냐
우리는 모두 이렇게 서룬 얼굴들이라
보지 못하고 지우지도 못하여
베지도 못하고 잇지도 못하더니
이 신산한 생에 오직 한가지 꽃이던 너의 얼굴
부질없는 내 길에 산산히 흩어지니
너를 보내고 어찌 살라고
이 끔찍한 세상에 나 어찌 걸어가라고...
기억하느냐 옥아
네가 내 운명에 뛰어든 그 대숲길.
서러운 빗속으로 네 아픈 발이 젖고, 고통이기만 했던 내 출생이 젖던 그 날
아프고 서러운 이름들로 만나서
너는 나를 보고 나는 오직 너를 보고
우리 한 시절 그 마음으로만 살았느니
네가 없이 내가 어찌 있고 나 없이 어찌 네 생이 있었겠느냐.
허니
가져가시려면, 그리하시자면
너와 나 둘이었지, 둘 중 어느 하나일 수 없었다.
그래도 그리 하시자면, 그래야 한다면
다른 누구로 인해 조금 더 따뜻했던 이가 가는게 이치지 않겠느냐
그래야 옳지 않겠느냐.
나로 인해 고단했던 너보다
너로 인해 견디었던 내가 더 행복했으니
부르시면 가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고 나였다
그게 옳은 일이었다.
이것은 옳지 않다.
하늘이라 하여 하실 일이 아니었다.
너로 인해 나 살았거니
가슴에 품은 그 서럽고 추운 말,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는데
이리 보낼 수는 없다.
옥아.
나는, 너를 이리 보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