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옥사의 달밤 -2 by 소금눈물 2011. 11. 16. 01/17/2004 08:58 am공개조회수 0 4 옥아.저녁이 내리고 있구나. 수직군사 아이들까지 퇴청을 하고 좌포청 앞마당은 먹먹한 어둠이다. 마당의 화톳불만 이따금 하늘로 오르면서 불나비를 보인다. 딱딱이를 치던 순라꾼도 돌아간 저녁, 어느새 얼굴에 닿는 바람이 차다. 아침에 나와보면 댓돌엔 낙엽이 몇장 누워있다. 이렇게 세월이 가는구나. 어쩔 수 없이 아침은 오고, 맘에 차인 것도 없이 하루는 가고, 또 밤이 오고..... 이렇게 무심하게 시간은 흐르고 네가 간 그곳과 점점 멀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가까와지는 것일까. 내가 한 발 너에게 가면, 너는 기다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너도 한 발을 뒤로 물러서는 걸까. 이승과 저승의 막막한 거리. 그 밖에서 너는 흰 등을 들고 나를 보고 있을까. 꿈에서라도 나는 너를 부르면 안되지.네가 어떤 아인데 네가 누구의 사람인데.손톱이 자라는 걸 보았다. 보이고자 한 마음도 아니련만 자꾸만 밖으로 삐져나와 제 몸을 드러내는 손톱. 감추어도 자꾸만 자라나는 이 모진 마음. 다행이었다. 네가 나를 보지 않아, 나를 보지 못해 다행이었다. 나야 가진 건 빈 몸인 허릅숭이. 가진 건 상처밖에 없는 무지한 사내. 네게 줄 것이 무엇이 있으랴. 나는 너의 님처럼 큰 마음도, 큰 사랑도 아니어서, 청죽처럼 푸르고 빛나던 사람도 아니어서..이 못난 얼굴. 감출 수 밖에 없었다. 네가 청을 떠난다 했었다. 내 사람은 어차피 아니련만, 내 몫으로 주어진 정도 아니련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그 말. 숨은 눈길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냐. 때 없이 시시로 자라는 그 마음, 아무도 모르게 감춘 그 서러움도, 드디어는 안되는 것이더냐.너의 눈길은 그 님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구나. 그 옆에 있는 나는 너는 보지도 못하는 구나. 가슴 밑으로 소리없이 가라앉는 얼음장. 그래. 내게 허락된 건 여기까지였다. 너의 님을 지켜서 너를 볼수만 있다면 그것은 아무도 하지 못할 나만의 몫이었다. 너는 늘 먼저 한 발을 딛고, 그 발이 떨어지기도 전에 그의 발이 너를 따랐다. 네가 바라보는 곳에 그가 있었고, 그의 뒤에서 너는 항상 그림자였구나. 너와 그분은 늘 한 그루의 나무와 그림자처럼 다정하고 쓸쓸하게 서로를 바라보는데 그 나무를 보며 고개를 꺾는 다른 눈은 보이지 않았겠지.나는 보이지 않았겠지.달무리가 진다 옥아 박꽃처럼 하얗던 네 얼굴, 달무리같이 곱던 네 얼굴.내일은 빗방울이 칠 지도 모르겠다. 는개비가 오신다면 나는 낚싯대를 챙겨 한수에 나가보련다. 마른 갈대 사이로 숨어드는 붕어 ,꺽지, 쏘가리를 찾으며 함께 했던 그 날들을 불러보련다. 우리 나의 풍경으로 자리했던 그 여름날 기억하느냐 옥아. 너의 자주색 저고리, 노을이 곱게 내려앉던 분가루 같이 흰 목덜미.잡힐듯에 내 눈에 아직도 어리는데. 나는 차마 보지 못해, 너의 부신 눈길을 보지 못해 맥없이 강물만 들여다보고. 내 귓가를 흘러 너에게 가던 그 사람의 목소리. 나는 말을 하지 못하고 강물만 들여다 보고...수초 사이로 사라져 가던 등줄기 흰 물고기 한마리. 내 눈앞에서 너는 그리 꺾였다. 너를 위해 그 사람을 지키지도 못했고, 그 사람을 위해 너를 지키지도 못했다. 나는 살아있는 의미가 없는 놈이다. 혼을 뺏기고 장승이 되어버린 사람이다. 막막한 어둠. 포청을 돌아오는 순라꾼의 발소리가 들린다. 삼경을 지나가는 살별의 떨림. 어둠 속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반딧불 두엇. 어느 구비를 다 건너가야 네게 닿겠느냐. 차마도 말 못할 이 마음을 나는 어느 인연으로 만나야 네 안에 닿겠느냐. 옥아.너에게 난 하고 많은 이름 중의 하나였겠지. 짧은 그 생에서 잠깐 스친 하나의 얼굴이었겠지. 그러나 옥아 나에게 너는 단 하나의 이름, 가장 안 쪽으로 박혀 아팠던 탱자나무 거친 가시 차마도 말 못할, 죽어서도 뵈지 못할 단 하나의 붉은 마음달무리 흐린 밤. 뜨물처럼 흘러가는 저 막막한 빛줄기 어린 살별들 보이지 않고 감감한 저 하늘 너머 네가 있는 곳 어디 만큼 이 땅을 지나가야 닿을 것인가 너를 보았던 내 눈을 찌르며 너를 만났던 그 막막한 시간을 잘라내며 타박타박 걷는 밤 하염없이 멀기 만 할 날들.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소금눈물의 꿈없는 꿈 '그룹명 > 그녀는 다모폐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색이 깊어가는 산중에서 이 늙은이 너를 부르노라 (0) 2011.11.16 옥아 (0) 2011.11.16 사랑, 사랑의 무서움과 엄숙함 (0) 2011.11.16 울지 마라 (0) 2011.11.16 식물성의 사랑 (0) 2011.11.16 관련글 추색이 깊어가는 산중에서 이 늙은이 너를 부르노라 옥아 사랑, 사랑의 무서움과 엄숙함 울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