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노무현대통령 추모 콘서트 대전 후기 -2
by 소금눈물
2011. 11. 15.
05/17/2010 03:44 pm공개조회수 0

자!~ 이제부터 발꼬락 지대 인증 사진 들어갑니다 ㅜㅜ 이것은 순전히 찍사의 실력부족이 아니라 몹시 오래된 사진기의 탓이라고 막막 우겨봅니다. 안 믿어지나요? 왜 안 믿어져요? 일인용 가미가제 어뢰가, 그 물살 세다는 서해안에 수시로 출몰해서 초계함 하나를 날려버리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왜 안 믿으세요? 뭐 이대로라면 참새 등을 타고 휴전선을 넘어와서 전투기를 공격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르는데요.

우와... 굉장하지요? 정해진 좌석을 일찌감치 다 채우고 자리가 자꾸 넓어지면서 강가 도로까지 넘어가네요. 왼쪽은 스탠드까지 장악했습니다.

무릎담요도 열심히 나가고, 티셔츠도 쌩쌩 팔리고, 손수건도 동이날 기세고. 시간 나면 슬금슬금 무대근처로 가 볼까 했는데 꿈은 아득하고 T.T

자꾸 무대쪽을 힐끔거리는 불성실하고 몰지각한, 일부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전부는 절대 아닙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모두 저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정연주 사장님 지나간다고 사장님 사랑해요~ 소리치고, 안최고님 등장했다고 마구 달려가 친한 척 하고 백원우의원님 깜짝 방문에 눈물콧물 흘려대며 감격한 건 정신머리 없는 그 잉간 하나 뿐입니다. (아 생각해보니 또 한 사람이 있었네요 --;;)

무대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집니다. 가수들의 열창에 목청껏 따라부르고 춤을 추면서 같이 하나가 됩니다. 자리에 앉아있다가도 흥에 겨워 일어나 손뻑치며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러다..아아... 저는 주체를 못했습니다. 명계남님 나오셔서 대통령님을 부르실 때, 남들 다 말 좋아하는 그런 말들 말고, 나는 그저 당신이 살아 있으면 좋겠다, 밀짚모자속의 사진으로 말고, 빨간 피가 흐르는 살아있는 당신으로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절규하시는 장면에서 그만 선 채로 엉엉 울고 맙니다.
그래요 대통령님 당신이 너무 그립습니다. 저 사갈의 무리들에겐 거침없이 호통치면서도 우리앞에선 언제나 그 부끄러운 듯한 미소로 웃어주시던 당신이 너무 그리워서,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납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그런 날이 오더라도 당신을 결코 우리들 생에선 만날 수 없다는 기막힌 사실만이 고통스러울 뿐입니다.
다시 만날 수 없다면, 우리가 당신이 되기로 합니다. 당신이 손을 놓으셨다면 우리가 그 손을 잡겠습니다.
어떤 무리가 당신을 찢고 흩는다 해도 우리가 당신이 되어 함께 하면 우리를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이 나라 국민들 다 죽이고 그들이 살 수는 없을테니까요.

왜 우리는 여기에 와 있는 걸까...
가득한 관객석을 바라보며 저는 생각합니다.

외진 강변에 이 늦은 봄밤에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이렇게 가득히 모여앉아 무엇을 그리워하고 무엇을 그리 슬퍼하는 걸까. 우리는 무엇을 잃은 걸까...
사랑하던 사람, 그때는 그것이 사랑인줄 몰랐으되 진정 좋은 사람이었던, 우리와 멀지 않았던 그 친근하고 다정하던, 우리의 속내 그대로의 심성을 가졌던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 자리.
그리 먼 시간도 아닌, 불과 2-3년 사이에 끔찍하게 변해버린 이 나라가 무서워서, 너무나 천박하고 너무나 치졸하게 변해버린 이 땅이 서글프고 아파서 우리 이렇게 모여있는 건가.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져도 좋을까. 그 좋은 사람, 좋아해도 자신있었던 그 사람을 우리의 무심과 불신으로 놓쳐버리고 우리는 또 희망을 가질 자격이 있을까.
나는... 지키지 못해 뒤늦게 이렇게 가슴 터지는 나는 감히 그런 꿈을 또 꾸어도 되는 걸까...

당신들은 믿고 있나요? 여기 모인 사람들, 이 뜨거운 열기가 언제까지 지속되리라고, 세상이 변해도 나는 변치 않고 그를 잊지 않고 우리가 꿈꾸던 그 세상을 이뤄갈 거라고...다짐할 수 있나요?

아마도 똑같이 이 마음일까는 모르겠지만, 저는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날이 더해질수록 더 사무치는 이 분노와 아픔은 조금도 시들지를 못할 것 같습니다.
원망하지 말라 하셨지요. 죄송합니다 대통령님, 저는 당신 같은 그릇은 도무지 되지 못하는 종재기입니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저주하며, 그들의 마지막은 내가 생각하는 꼭 그 모습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땅이 그 죽은 몸을 차마 더러워 받지 못해 뱉어내고 구천에 그 더러운 이름이 떠돌아 황량하게 나뭇가지 사이를 방황하게 될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이 역사가 두고두고 그 이름 하나 하나를 피로 새겨 후세에 전해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촛불집회에서 저는 늘 자원봉사자의 손을 빌리는 쪽이었는데 이렇게 서보니 참 좋군요.
모금함을 들고 오르내리는 제게, "고맙습니다. 고생하셔요. 애쓰셨습니다.".. 분에 넘치는 인사를 해주시는 분들께 정말 벅찬 감동을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쪽은 무대에서도 한참 먼 끝쪽입니다. 무대에 선 사람이 거의 보이지도 않는 곳인데도 이렇게 자리를 잡고 서서 같이 춤추고 박수치며 함께 하고 있습니다.

|
외져서 여길 다 어떻게 찾아오나 했던 마음은 어리석은 기우였습니다.
제가 대전시민을 너무 얕보았나봅니다.
어디서도 이만한 열기를 못 보았다고 감격하시는 재단분들 뵈며 정말정말 자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동이난 기념품도 있고 무릎담요도 티셔츠도 책도 아주 많이 팔렸답니다.
가볍게 돌아가게 되어 참 좋다고 기뻐하시는 모습에 덩달아 저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대전 콘서트는 끝이 났습니다.
공연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기다리던 가수들의 노래도 잘 듣지 못했지만 참 행복하고 고마운 밤이었습니다.
반성않는 국민이라고 이명박대통령께서 걱정이 많으시다지요?
이 자리를 빌어 반성합니다.
대전, 충청시민의 역량을 모르고 주제넘게 걱정했던 것 반성합니다.
자봉의 위치와 역할을 망각하고 자주 이성을 잃고 함성을 지르며 주위 심란하게 만든 것도 깊이 반성합니다.
나 혼자만 아파하고 나 혼자만 사랑한다 착각하며 힘들었던 것도 반성합니다.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또 반성합니다.
불안해하며 선거 날짜 기다리던 새가슴을 반성합니다.
유시민 펀드 많이 넣지도 못하고 창고걱정했던 한심함을 반성합니다.
다음달 생활비 걱정하며 한명숙후원금, 안희정 후원금 계산기에 두드리던 것 반성합니다.
이런 기회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 못하고 얄팍한 살림살이 먼저 생각한 것 몹시몹시 반성합니다!
서울서부터 시작한 바람이 대전에 도착해서 태풍이 됩니다.
이 바람을 맞을 다음 도시에서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바람은 모을 수록 커 지고 노래는 모일 수록 더 멀리 가겠지요?
기다리겠습니다.
나와주세요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