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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봉하마을에 다녀왔습니다.

by 소금눈물 2011. 11. 14.

05/24/2009 03:15 am공개조회수 0 2




새벽 세시가 넘어갑니다...
여장도 풀지 않고 멍하니 있습니다...

하루종일 무엇을 했는지, 무슨 말을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독하고 고통스런 꿈이 빨리 깨지기만 바라고 있습니다.
꿈이겠지요.. 정녕 꿈이겠지요...

지난번에 갔을때는 분기가 탱천했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가나니 견디고 기다리다보면 마침내 그 날 오리니... 그렇게 믿었습니다.

오늘밤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그 먼길을 미친듯이 달려가 엎어져 울면서도 제 귀로 들리는 제 울음이 이렇게 생경스러울 수가 있나요.
이게 무슨 일이지... 나 왜 이러고 있지...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온 걸까. 왜 이렇게 끝도없이 자꾸 밀려들어 나를 밀고 있지.. 줄곧 그런 생각만 들었습니다.


후회합니다.
당신을 그 자리로 보낸 것, 이제와 뼛속 깊이 후회합니다.
터무니없는 우리의 기대와 꿈을 당신의 두 어깨에 올려놓고 그 자리에 밀어올리자마자 "정치세력화"할거라는 언론의 눈초리에 바로 탈퇴해버렸습니다.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마음조차 누가 될까봐, 그저 한걸음 물러서서 바라본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저는 그렇게 비겁한 지지자였습니다.

어떤 팬클럽모임처럼, 대놓고 그 이름 걸고 원내로 진출해서 권력을 싸우는 이들도 있는데 왜 나는 그 말에 지레 겁먹고 도망쳤을까요. 까짓거 이왕 제대로 힘이 되어서 끝까지 밀어주지 왜 못 그랬을까요.

후회스럽습니다.
모진 비바람속에 당신 혼자 세워놓고, 팔짱끼고 갸우뚱거린 내 이기가, 잘난 자존심이 이렇게 고통스런 후회가 될 줄 몰랐습니다.

왜 그러셨어요.
그래도 당신곁에는 우리가 있었잖아요.
혼자가 아니셨잖아요. 그건 아시잖아요.

어차피 당신이 꿈꾼 것은 대단한 금력도 권력도 아니었는데, 살다보면 이겨내는건데,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건데 왜 그렇게 바보처럼 곧으셨어요... 더 추악한, 끔찍한, 인간이기를 포기한 벌레들도 잘만 버티고 살아남아 저렇게 떵떵거리고 있는데.

끊임없이 조가가 흐르는 마당에서 천호선님을 보았습니다.
그 잘난 얼굴, 게시판에 올리고 우리끼리 호들갑떨고 부끄러워하던 작년 이맘때가 떠오릅니다.
그때가 참 좋았습니다.
고개를 떨어뜨리고 가던 유시민님, 퉁퉁 부은 얼굴에 저도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김두관님, 왜 거기 서 계세요. 유족대표라니 그게 무슨 끔찍한 이름인가요.
저 이쁜 사람들, 당신을 이어 또 지켜주고 따르고 싶었던 이 사람들, 이제 주군을 잃었습니다.
바보같이... 당신의 지나치게 맑고 곧은 자긍심이 저이들을 장수를 잃은 서러운 이들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보세요.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달려와 눈물바다를 만든 이 마당에 가득한 얼굴들을 보세요.
당신을 사랑했던 사람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들이 여기 이렇게 모여있는데 왜 그러셨어요. 왜...


그래도...
생각하면 참 좋았습니다.
어쩌면 꿈결처럼, 동화처럼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불과 1년이 지나 이 끔찍한 학제에선 생각할 수도 없는, 고졸의 변호사가 국회의원이 되고, 장관이 되고,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
그 사람 밑에서는 젊은 군수가 나라의 장관이 되고, 재기발랄한 경제학자가 복지부장관이 되고, 민주사회를 꿈꾸며 함께 고난을 겪은 동지가 비서실장이 되어 보좌를 하고, 그를 따르던 젊은 꿈들은 비서관이 되어 국민의 사랑을 흠뻑 받고...

그런 시절이 우리에겐 있었습니다.
참말로 믿기 어려운, 다시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그렇게 꿈처럼 행복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당신 때문입니다.
당신이 만들었고 우리가 만들었습니다.

어젯밤만 해도 <사람사는 세상>에서 새로지을 올 농사 소식에 반가워하며 행복했는데
이제 봉화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당신의 꿈을 좇아 전국에서 찾아와 다리를 걷어부치고 익숙치 않는 날일을 하며 몸이 쑤신 줄도 모르고 기꺼워하던 그 사람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요.
어디에서 당신의 웃음을, 흙묻은 그 환한 웃음을 찾을까요.


만인지상의 자리에서 내려와 고향마을의 가겟집에서 어린 손녀와 얼음과자를 나누어먹으며 행복해하던 당신.
이토록 커다란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까요 이제.

나는 도무지 이 추악하고 미친 나라에 무슨 정이 있다고 당신을 보아버렸던가.
왜 당신에게 희망을 두고 목매어 사랑했던가....

세상은 그저 캄캄하고...도무지 아득하여 이 독한 꿈이 부디 거짓이기만, 자고나면 깰 못된 꿈이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을 목메이게 부르며 울고 있는 저 얼굴들이 아니라네요.
이 끔찍한 꿈이 꿈이 아니라네요.

이제 어떡할까요.
우리를 두고 훌쩍 일어서는 나쁜 주군을 두고 우리는 어떡할까요.
희망을 가지라, 견디라 그렇게 말하실 건가요.
당신이 버린 희망을, 우리가 이어서 메고 훗날 오는 어린 얼굴들을 바라보라 그리하시는건가요.
한자락 꿈이었으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두려워말라 그리하심은 우리보고 어찌 받으라는 가혹한 말씀인가요.

그리는 못하겠습니다.
저는 당신처럼 나약하여, 비겁하여, 미친듯이 눈물로 낮을, 밤을 새는 미련한 추종자여서
이 땅에 아무 희망도 남기지 않으렵니다.

안녕히 .. 우리의 대통령 노무현
안녕히 .. 우리나라 민주주의. 우리나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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