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순서대로 내고도
그 순서대로 데려가지 않음이 가장 잔인한 일이었음을
이제 이 못난 애비 사무치게 아노라.
아비의 기대가 너무나 커서
네가 따라와 주기를 기다리지 못한 성급함이
너를 그리 보냈다.
오늘은 종일 바람이 불고
너의 아이 마루끝에서 혼자 놀고 있다
보이느냐 아들아
네 하나뿐인 핏줄이 저리 외로이 커 감을
이 못난 애비때문임을
용서하지 말거라.
내 이마의 주름 깊어지고
가슴에 담은 한 또한 깊어
네게 갈 길이 멀지 않음을 짐작하나
너를 어찌 볼지
이 무정했던 애비는 그것이 잠을 못 이루게 한다
하늘이 처음 인연을 낼 때
둘도 못한 악연을 부자로 낸다 하였다
다 갚지 못한 빚으로
부모는 영원히 채무자로
그 자식은 또 태산같이 무겁고 두려운 채권자로
그 빚갚이 평생을 보내게 한다 하였다
내 어찌 하늘이 낸 이 간단한 이치를
정녕 몰랐더란 말이냐
늦으면 기다릴 것을
모자라면 내 채울 것을
내 어찌 기다리지 못하고... 채우지 못하고
못났다 하여 박대하고
부족하다 하여 밀어내기만 했더란 말이냐
아비는 한이 많았느니라
애비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로부터
나라에 받은 은혜가 컸다
하릴없이 받은 은혜가 넘쳐
주신 연한을 다 쓰고 갈 날이 가깝다 보니
욕심이 넘친 탓일게다
오래 목마른 내 눈이
다른 동량을 보고 기꺼움이 너무 컷던 탓이다
그리 준수하고 아름다운 아이를 보고
잠시 못난 내 처지를 잊은 탓이다
아들아....
편히 있느냐
애비 돌아가는 날
네게 가는 그 하늘 가에서
너를 볼 일이 참으로 무겁구나
네 아이가 부르는 노랫소리가
내 방문을 밀고 들어와
바람이 불 때마다 내 갈빗대 사이로
핏물로 먼저 배어든다....
고개 외로 든 네 사람이
이처럼 사무친 대못일 줄 몰랐다
날로 해소가 깊어져 갈 날을 짐작할 지경에 이르니
하나하나 돌아보는 날들이
사무치게 외로우나
이 마음을 나눌 이들 이제 없으니
그것이 차마 외로울 뿐이다
그러나 머잖은 날
그 날
아들아
나를 위해 너 혼자 마중오거라
얼마든지 너의 울음을 받고
너의 통한을 내 다 받으마
그날이 오면
정녕 내 아들로만 너를 안을 것이다
네게 건 내 부질없는 욕심따위는
이생에 다 버리고
맨 몸으로만 네게 갈 것이니
아들아
그날 너 혼자만 나를 마중오거라
....
차마 소리내어 울지도 못하고 보낸 내 아들
치오에게
이 새벽
애비가 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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