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월 12월 19일 저녁.
그날 저는 노사모 동지들과 대전 탄방동의 한 삼겹살집에서 초조하게 시계를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날이었습니다.
아침 인터넷 게시판에서, 조선일보 사설을 보았느냐며 사람들은 흥분해 있었고, 대전의 어느 지역에서도 조선일보가 무가지로 엄청나게 뿌려졌다는 말도 돌았습니다.
걱정마, 이길 거야, 이게 되어 있어.
발갛게 상기한 얼굴로 돌아보며 우리는 서로 다독거렸지만 벽시계를 돌아보는 눈길은 떨렸습니다.
드디어 여섯시!
시보와 함께 맞추어놓은 MBC.
출구조사를 발표하기로 한 엄기영앵커의 얼굴, 잠시 굳은 표정이던 그가 환하게 미소를 짓는 순간, 우리는 그의 말을 기다릴 것도 없이 환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뛰어올랐습니다.
"이겼다!!!!"
그가 무어라 했는지는 기억에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누구라 할 것 없이 얼싸안고 울었고, 그러다 웃었고, 주체못할 흥분에 휩싸여 미친듯이 소리를 지를 뿐이었습니다.
지난 몇 달간의 괴로움, 불안, 답답함.. 그런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눈물이 범벅이 된 서로의 얼굴을 씻어주며 무어라 형언못할 감격에 휩싸였습니다.
길거리로 쏟아져나온 우리 일행은 몇은 시내로 질주했고 또 몇은 카이스트로 달려갔습니다.
밤새도록 노래를 부르고 티비를 보며 울고 웃고..그렇게 행복했습니다.
사방에서 울리는 전화들, 마치 내가 대통령에 된 것처럼 축하전화를 받으며, 그래 우리 해낸거야, 우리는 해버린 거야 연방 소리쳤습니다.
그 먼 거리를 돌아오며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없는 돈을 털어 난생 처음 정치후원금을 내고, 직원들과 함께 희망돼지를 키우고, 거래처 직원들을 협박해서 표를 뺏고, 조카들에게 밥사먹여가며 가르치고, 비오는 거리로, 눈내리는 공원으로 유세를 따라 뛰던 기억, 하루 일을 마치고 동네 동지들과 산공원에 올라 맥주 한 캔씩을 놓고 열변을 토하며 밤을 새던 기억...
낮에는 일은 팽개치고 노하우로, 온갖 언론사 다 싸돌아 다니며 웹서핑을 하고, 밤엔 밤대로 또 글을 퍼나르고 퍼온 글을 읽으며 밤잠을 잊던 기억... 그때 마음에 남은 이름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어쩌다가 그 고구마같이 생긴,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아저씨를 만나 이 고생들을 하며 제 돈 털어 고생하고 다녔는지...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래도 참 좋았습니다. 겨울 고추바람이 전혀 춥지 않았습니다.
생각나네요.
어느날 저녁, 꼴난 삼겹살 사 먹을 돈까지 후원금으로 밀어넣고 터덜터덜 돌아오던 우리, 동네에서 제일 좋은 갈비집 창문에 써 있던 <창사랑 모임> 장소 공지를 보고, 이야~ 얘네들은 우리하고 이렇게 달라~ 하고 웃었지요.
까짓거, 대통령은 우리쪽에서 만들 거니까, 그때 우리도 폼나게 갈비 먹자... 그랬던가요...
그러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청와대로 보내놓고, 그 분은 자기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우리는 그 보람만을 가슴에 안고 또 힘껏 세상을 살아가고... 대한민국은 그렇게 열심히 희망차게 변해갈 줄 알았습니다.
우리, 잘난 척 하지 말자, 대통령 만든 사람들이라고 시끄럽게 말고, 잘못 가면 더 맵게 꾸짖고, 삽질하면 우리가 앞장서 주먹질 하자... 그랬습니다.
그런 뿌듯함으로 살 줄 알았습니다.
이 땅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완고하고 끈질기게 저항을 할지, 얼마나 교묘하고 악랄하게 발목을 잡을지 우리는 그때 몰랐습니다.
가져본 적이 없으니 모를 밖에요. 어리석을만큼 우리는 그렇게 순진했었습니다.
탄핵-
그런 말이 있는 지도 몰랐었지요.
아마 저 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람의 대다수가 그러했지 싶습니다.
사전을 찾아봐야 알 그런 말을 그들은 국민의 뜻을 묻지도 않고 저질러버렸고, 우리는 만세를 든 손을 내리기도 전에 그 손을 주먹쥐고 떨어야 했습니다.
참 힘든 시간들이었지요.
때로 그 분은 우리와 다른 길을 선택했고, 높은 기대만큼 깊은 실망과 상처를 받았습니다.
서운했고 답답했고 밉기도 했습니다.
왜 국민을 믿어주지 않나, 왜 돌아갈 줄을 모르고 왜 기다릴 줄을 모르나 원망도 했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며 원망하고 섭섭했던 시간들이었을 겁니다.
이제 그 시간은 다 지나버렸습니다.
다시 시민 노무현으로 돌아오는 그 분을 보며, 그래도 그 분으로 인해 세상에 희망을 두며 살았던 것을 생각합니다.
바른 상식과 건강한 가치관, 우리는 고작 그런 것이 통용되는 세상을 꿈꾸었을 뿐인 것을요.
그리고 그것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음을 이렇게 뼈저리게 생각하게 될 줄을 몰랐음을요.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서로 어깨를 겯고 돌아보는 시민의 모습으로 당신을 맞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아니 우리들의 노짱.
참여정부의 국민이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보람되고 좋은 날들이었습니다.
당신은 우리의 희망이었고, 그 증거였고, 그 청춘이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우리는 젊을 수 있었고 그것이 평생의 자랑이 될 것입니다.
마음 깊이...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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