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하기 좋은 청명하고 화창한 날입니다.
춥지도 않고 딱 좋네요.
어쩌면 이번 여행의 궁극적인 목적지 시라카와고로 갑니다.
다시 다카야마로 돌아올 것이기에 가방을 잠깐 프론트에 맡겨두고 시라카와고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다카야마도 눈이 많이 왔다 싶었는데 시라카와고로 가는 길은 정말 눈 높이가 다르더군요.
이른 아침부터 뜨끈한 물에 목욕을 하고 나서다보니 졸려서 졸다자다 깨 보면 바깥 풍경이 이렇게 그림처럼 예쁩니다.
눈송이가 이파리 하나도 없는 나목에 간당간당 붙어있는 것이 신기하더군요.
창밖은 점점 더 깊은 눈 나라...
차가 멈춰서길래 다 왔나싶어 졸던 눈을 뜨고 보니 왁!!
오와...
어제 오늘 내린 눈이 아닌 듯 한데 이런 적설은 난생 처음 봅니다.
마을 들어가는 입구.
아 신사였나?
저 흉악한 모습의 잉간이 아마도 저인가봐요 ^^;
키가 159입니다.
제 키를 훌쩍 넘는 적설 @.@;;
와... 보이는 마을 능선을 넘어 넘어 펼쳐지는 흰 산들.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는 전망대로 가기 위해선 200엔을 내고 버스를 또 타야 합니다.
그렇게 구불구불 산 길을 올라가서 만난 마을 전경.
참 이쁘지요?
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지만 사실은 깎아지른 절벽에서 내려다본 풍경입니다.
시라카와고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네요.
장난감처럼 예쁜 집들이 동화의 나라처럼 보입니다.
와이드카메라로 잡았으면 얼마나 이뻤을라나.
줌으로 땡긴다고 땡겨도 싸구려 똑딱이로는 이렇게밖에 안 됩니다.ㅜㅜ
그래도 너무 이뻐서 막막 소리치며 연신 감탄하는 중.
마을 저 너머로 보이는 또 다른 눈의 나라.
발을 떼기가 아쉽습니다.
좁은 전망대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득 들어왔습니다.
자리를 비워줘야겠어요.
이쁘다 멋지다 감탄하는데 중국어는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
내려가는 길은 차를 타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며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눈이 이렇게나 쌓였는데 날이 춥지가 않다는 게 정말 신기해요.
부서지는 눈이 잘 뭉쳐져서 눈사람도 금세 만들어집니다.
찻길 양쪽으로 쌓인 눈의 벽들.
어른 키를 넘는 높이입니다.
벽 너머를 발뒤꿈치를 들고 삐꿈 넘어다보..려고 하지만 안 보이네요 ^^;
그러게 남 클 때 뭐 했댜 -_-;
반짝반짝 눈 결정들.
지붕들이 온전할까 문득 걱정이 됩니다.
저 설원에서 굴러내려오면 정말 신나겠어요 ^^
짚으로 된 저 이엉이 우리나라 초가집 이엉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두텁습니다.
방한, 보온효과도 더 커야 하고 이 엄청난 눈을 버티려면 아무래도 훨씬 더 튼튼해야겠지요.
이엉 한 번씩 일 때마다 정말 큰 일이겠구나 싶습니다.
눈이 쌓인 모습이 정말...
落雪 조심하라는 표시가 많이 보이더군요.
멋지긴 한데 오와...
집집마다 승용차 옆에 제설기 차가 꼭 나란히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하긴 이렇게 눈이 온다면 삽이나 비로는 어림없겠지요.
키를 넘는 눈길을 터서 길을 만드느라 제설기가 왔다갔다 하고 있는 집도 보입니다.
문화재로 지정된 이 지역 전통가옥이라는데 입장료를 받길래 귀찮아서 그냥 겉만 돌아보았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오와 예쁘다..하고 지나면 그 뿐이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즐겁지만은 않겠지요?
그런데 눈길이 참 깨끗해요.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인데도.
신기하네요.
눈이 너무 많이 쌓여서 아저씨가 삽으로 눈을 쓸어내리고 있네요.
지붕경사가 아찔할 정도로 급한데 보는 사람이 손에 땀을 쥐고 있습니다. ^^;
300년이 넘는 세월을 이런 주거형태로 살아온 사람들, 자연과 함께 사는 그 힘에 존경심을 보냅니다.
눈을 잔뜩 지고 달려오다 급정거를 한 차가 관성을 못 이기고 눈을 앞 유리창으로 우르르 쏟아내다 와이퍼를 꺾였습니다.
운전자는 속상할텐데 그 모습이 웃겨서 한참 웃었습니다.
떠날 시간.
버스가 곧 출발한다네요.
미로처럼 쌓인 큰 눈벽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하마터면 차를 놓칠 뻔 했습니다.
언제 이 아름다운 곳을 다시 올 수 있을까...
떠나면서 문득 마음 한 곳이 쓸쓸해졌습니다.
멋진 곳, 아름다운 고장을 여행할 때마다 내 평생 이런 경험은 다시 두 번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도...이 곳에 다시 올 수는 있겠지만 지금 이 친구들과 이 마음으로 다시 느낄 수는 없겠지요.
그러게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순 없다 했으니까요.
시라카와고를 나와 다카야마로 다시 돌아오는 길.
화창한 봄날 같은 이상한 눈의 나라.
시라카와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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