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을 내려와서 섭지코지로 이동하다가 물폭탄을 맞았습니다.
태풍의 위력이 이제는 피부로 느껴집니다.
하늘은 온통 시커멓고 정신없이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일정을 바꾸어 우도와 성산을 미리 다녀온 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섭지코지를 가냐 마냐로 옥신각신하다, 그래도 볼만은 하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섭지코지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두 사람만 가보기로 했습니다.
입장료는 이천 원이네요.
앞을 막던 장대비가 잠깐 주춤한 사이에 얼른 다녀와야겠습니다.
오와.. 그런데 길을 잘못 들었어요 ㅠㅠ
물론 이쪽도 입구이긴 하지만 이리로 가려면 벌판을 가로질러 가야합니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 종아리까지 닿는데 벌판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또 미친듯이 쏟아집니다.
우산이고 비옷이고 완전 무용지물, 속수무책으로 양동이물처럼 쏟아붓는 물폭탄에 꼼짝없이 노출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사진이 없어요.
단지우유랑 둘이서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미친듯이 불어대는 바람에 우산은 다 훌러덩 날아가고 옷은 폭삭 젖고 길은 가도가도 잡풀이 무성해서 길도 안 보이는 벌판이고.
잠시 비를 피할 나무 한 그루 없네요.
이건 뭐 사람 꼴이 아닙니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곳이라는게 천만다행입니다.
우산을 바람에 안 뺏기려고 필사적으로 대롱대롱 매달려있데 우산은 제 멋대로훌러덩 벌러덩~;;
물에 폭삭젖어 덜덜 떨면서도 드디어 바다가 보이는 언덕까지 올라왔습니다.
이 꼴을 하고도 "오와~~ 바다다" 소리가 나옵니다 ㅎㅎ
알고보니 이 오솔길을 따라 난 입구쪽으로 왔더라면 고생이 덜했을 것을.
그러니까 우리는 오른쪽, 풀이 무성한 들판을 가로질러 왔다는 거죠.
이 와중에도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바람은공직맡겠다고 나온 인간들 청문회하는 꼬라지로 날뛰고 있습니다.
빗속을 뚫고 도착한 등대.
고생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한숨도 잠시, 이 난리법석을 어찌 뚫고 가나 걱정이 먼저 되네요 ^^;
그 와중에도 풍경은 참 좋습니다.
섭지코지는 사유지라는데 이런 곳에 이만한 땅을 가진 부자는 얼마나 좋을까 잠시 부러웠습니다.
에효.. 남 가진 걸 부러워 말고 어쩌다 이렇게 눈씻김하는 정도로 만족해야죠.
하늘이 시커매서 사진은 별로 이쁘지 않네요.
뭐 암튼.. 가장 좋은 섭지코지는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좋긴 합니다.
협가연대.
육지로 치면 봉수대입니다.
다른쪽 입구에서 올라오는 관광객들이 엄청 많아졌습니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지로 쓰인 곳이라더니, 한류를 따라온 외국인관광객들이 굉장히 많더군요.
드라마폐인 전력으로라면 남부럽지 않을 이력을 가진지라 (--;;) 내가 빠진 드라마였다면 나도 역시 저랬을거라는 동감이 듭니다.
다모 촬영지에 제주가 없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라니까요 ^^;
파도도 거세지고 하늘은 온통 시커멓고.
드라마 <올인>의 세트로 쓰였다는 교회.
섭지코지 입장료와 별개로 이 교회 입장료를 따로 받기에(물론 실제로 쓰여지는 교회는 아닙니다) 뭐 그렇게까지는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사진만 찍었습니다.
내려올때는 또 길을 잃어 외국인방문객따라 줄을 서는 바람에 다른 입구까지 갔다가 다시 허겁지겁 되돌아와야했습니다.
그새 비는 그치고 이번에는 펄펄 끓는 염천지옥이 되어버렸네요.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때문에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정신없이 쏟아집니다.
날은 덥지, 폭우 다음엔 땡볕, 벌판을 지나오면서 왜 여기에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미친사람처럼 느껴집니다.
파란만장한 섭지코지 방문기가 끝났습니다.
오효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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