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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풍죽도 그림 이야기

31. 미인도

by 소금눈물 2011. 11. 11.

 

09/13/2011 07:08 pm공개조회수 0 2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라면 새삼 무어라 말 할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혜원의 일대기를 쓴 소설도, 이 소설을 극화한 드라마와 영화도 대박을 치면서 새삼 혜원에 대한 사랑이 불일듯 일어난 것 같은데 혜원의 가장 대표작 중 하나인 미인도에 대해서라면 온 나라 사람들 거지반은 다 알 명화이니 무슨 말을 얹는다는게 사실 무의미하지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있고 베르메르의 <진주귀고리소녀>가 있다면 우리에겐 신윤복의 <미인도>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치장이라고는 구름같은 트레머리와 노리개 하나 뿐인 이 조촐하고 소박한 여인의 모습이 어찌 이리 오랜 세월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박혀와 그윽하게 스며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바람의 화원>에서 나오는 말 마따나, 어떤 왕후비빈도 온전히 여인의 초상을 갖지 못하던 그 시대에 엄청난 지위를 가진 여인도 아니고 누구의 여인이라는 치사도 없이 오롯하게 자태만 남기고 사라진 그림속의 여인. 호사스런 치장이 없어도 기녀일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건 혜원이 여염집 아낙보다는 주로 기방의 여인들을 그렸다는 선입견이 커서일지도 모릅니다. 하기야 아무리 소박하고 조촐한 차림이라 하여도 외간남자에게 이렇게 자태를 다 드러내며 오랜 시간을 모델하기란 그 시대로선 아무래도 거의 가능하지 않을 일이었을테니까요.

곱게 피어난 연꽃처럼 아슴하고 연연한 자태, 풍성한 치맛단 아래 살짝 드러내보인 흰 버선코의 저 은밀한 에로티시즘. 이 단정하고 우아한 그림에서 저 흰 발의 드러냄이 없었다면 자칫 밋밋하게 보였을지도 몰라요. 착하고 순한 젊은 여인의 조촐한 어깨선과 아래로 내려오며 풍성하게 벌어지는 치마폭의 조화, 당돌하게 화면 밖의 감상자를 마주하지 않고 살짝 비껴가며 굳게 다문 입술의 힘. 아름답다는 말로도 부족한 그 어떤 경지의 순정한 美. 할 말을 찾지 못하고 한참이나 그림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풍죽도>가 그림의 이미지를 빌은 소설이라고 처음 시작하면서 여주인공에게 언젠가 이 그림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어떤 그림도 정하지 않고 찾지 않은 상태에서 미인도는 반드시 한번은 나올 것이라구요. 그런데 바로 이 회가 다 되도록 이 미인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스스로도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이야기가 어찌 나갈지도 모르고 (뭐 처음부터 워낙 그렇게 대책없이 오긴 했지만 -_-;) 많이 망설였습니다. 나가다보니 몹시 후회스럽고 미안하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 그저 무능한 지은이를 탓할 뿐입니다. ㅠㅠ

운정이 될지 근적이에게 주어야 할지 갈등이 많았는데 이번 회는 결국 근적이 미인도를 얻었습니다. 사실 지금 풍죽도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누구에게 미인도가 간다는 것 자체가 참 말도 안되는 상황이긴 해요. 혜원에게 죄송해서 죽을 지경이지만... 그냥 아마추어 놀음의 어설픈 장난이려니..죄송하다고 절을 합니다.

에효.. 너무 큰 후회와 부끄러움이 밀려들어서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누구에랄 것도 없이 죄송하고 그저 부끄럽습니다.

미인도... 언감생심 미인도라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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