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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연인의 마을

6부에서 8부

by 소금눈물 2011. 11. 10.






부동산강제경매개시결정...
믿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리라 믿었는데.
미주는 참을 수가 없이 화가 났습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느냐고 찾아가 항의를 하려는데, 미주씨 말은 듣지도 않아요.
어딜 가냐고, 어쩌면 이렇게 내 말을 무시하느냐고 잡는데
그건 그쪽 생각이라네요.
그쪽 생각...하...





다시 만나기가 민망한 사람들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강재의 전화번호를 아는 방법은 세연을 통하는 수 밖에 없지요.
세연을 만나 강재의 전화번호를 묻는데 그림자처럼 옆에 서 있었습니다.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는 항의를 묵살하면서, 미주씨의 카메라를 찾습니다.
강재를 해하려던 얼굴이 미주씨의 사진기에 담겨있지요.
그걸 달라는 겁니다.





정말 무례한 사람이에요.
신발을 신은 채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마음대로 서랍을 뒤져요.
땅을 풀어달라는 말에는 아랑곳 없이요.
오라, 전공 나오시는군요.
협박과 묵살은 두목의 특기지요.
땅을 받기 전에는 두번 다시 당하지 않을 거예요.
절대 다시는 당신을 돕지 않겠어!
당신을 믿을 수가 없어 이젠!





그러려고 했는데...
고작 소주 서너잔에 의식을 잃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조폭이라니...
왜 이렇게 자꾸 이 사람과 얽히게 될까요.
눈을 감고 잠든 이 사람의 모습을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자꾸 잊어버릴 것 같아요.
왜 이렇게 마음이 시리고 아파지려고 하지요.
이럴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자신이 마음을 줄 사람이 못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정말 웃겨요 이 사람.
아니 내가 다른 남자와 부둥켜안고 춤을 추든, 술을 먹든, 자기가 뭐라고 이렇게 화를 낸대요.
애인이에요? 아님 남자친구라도 되요?
별꼴이야 정말...
근데 미주씨는 왜 창피해졌을까요.
그 곤란한 상황을 건져준 사람에게, 창피하면서도 슬그머니 고맙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 쪽이 자꾸 따뜻해지는 건 뭘까요.
그러게요. 무슨 "누구"라도 되는 것 처럼요...





아니었어요.
오지랍 넓은 미친년 소리까지 들었는데, 역시 아니었어요.
더는 끼어들 여지가 없는 거지요.
알면서도, 알면서도 그녀 앞에서 이렇게 구석으로 밀어버리는 그 사람에게 화가 났어요.
화가 나고... 무엇엔간지 자꾸 억울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어요.
이러면 안되잖아요.
그니까... 그니까 우리가 그 무엇은 아니었지만... 아닌 거 알지만요.
그래도 이건, 이건 너무한 거 잖아요.
이 추운 아침에 미주를 이렇게나 서럽게 하고, 마음이 시려서 어떻게 하라고 이래요.
정말 나쁜 사람이잖아요 당신.





그 사람의 애인과는 이웃입니다.
압니다.
그게 힘들어요.
원치 않는데 자꾸 부딪고,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어야 하고, 받고 싶지 않은 오해를 사야 하기도 해요.
하지만... 이렇게라도 만나는 게... 그게 싫지만은 않아요.
그게...힘들어요...





갑자기 일자리가 하늘에서 떨어졌어요.
전에 찾아갔을 때는 얼굴도 안 보여주더니, 조건없이 그냥 들어와만 달래요.
무슨 복일까 감격했더니 누군가 힘을 좀 많이 썼나봐요.
인사를 해야죠 당연히. 그게 예의지요.
근데 이 사람, 왜 이렇게 부끄러워하지요?
고맙다는 말에, 나 대신 나 없을 때 대신하라고 건네준 초콜렛에, 조금씩 번지는 미소를 감추지도 못하면서 자꾸 벙싯거리기만 하고 말을 못해요.
바보...





갑자기 세연씨가 들이닥치는 바람에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그냥 일어서려는데, 밥사준다 하지 않았냐고 조르네요.
세연씨 앞에서 세연씨보다 더 친하다고 내색하고 싶었던 걸까요.
투닥거리는 두 사람에게 세연씨는 묘한 말을 하네요.
사랑싸움이라도 하는 것 처럼 보여요 지금?
에이, 설마요...





가끔 빵빵거리고 깜박거리기는 하지만, 잘 서 버리는 미주씨의 자동차는 오늘도 주차장에서 주무시네요.
아무래도 그날 아침, 밀쳐진 주인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서 버렸나봐요.
얼결에 세연씨 때문에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네요.
합법적인 회사에 들어가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이 사람들.




그 사람의 전화가 울리는 바람에, 군밤이 먹고 싶다고서툰 거짓말을 하고 중간에서 내려버린 미주씨.
콜록거리며 감기약을 사 들고 약국을 나오는데, 군밤보따리를 들고 서 있는 두목을 만났습니다.
요즘 약국에서는 군밤을 파는 줄 알았는데 아직 안 팔고 있더라구요 글쎄.
따뜻한 군밤을 무뚝뚝하게 턱 안기고 휘딱 돌아서는 강재씨의 뒤에서, 얼떨떨하게 받아안고 대답을 못 한 미주씨.

어쩐지 오늘밤은 참 따뜻할 것 같습니다.
감기야 좀 걸리면 어때요.
몸이 아픈 건 마음이 아픈 것보다 나쁘지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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