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긴 방문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이 있네
그는 방금 방문을 잠근 사람이네
아무도 없는 방문 안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방문 안의 세계를 향하여, 그는 걸어가야 하네
어딘지 모르는 열쇠 가게를 향하여 걸어가야 하네
이윤학 -<잠긴 방문>
그는 그 방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방을 닫았겠지.
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못했고
어쩌면 그 자신도 거기에 무슨 방이 있는 지를 알지도 못했을 자신의 방
이젠 이 막막한 문 앞에서, 자신의 방문이 조용히 닫히는 소리를 듣고 있지
차라리 몰랐더라면.
거기에 무슨 마음이 깃들 방이,
자신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차라리 몰랐더라면
이렇게 참혹하진 않았을 거야.
그 사람이 아니면 누구라도 어차피 상관없다고
누구에게 어떤 존재이기를 원한 적이 있기나 하던가고
그는 되뇌이고 있을 뿐이야.
다만
이 끔찍하고 캄캄한 모습을
그 사람이 보고 있다는 것
혼자서 견뎌야 할 것을, 누군가가 더 커다란 고통으로 감당하고 있다는 것
이 마음이 더 아득할 뿐인 거야.
문이 닫히면 그 뿐.
아무도 돌아보지 않을
그 자신도 돌아볼 수 없는 그 방
열쇠도 없을 그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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