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이스 로마 신화, 아니 어떤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가장 격렬하고 불같은 성정의 여자 중에 메데이아만한 여자도 드물다.
콜키스의 공주였던 그녀는, 자기네 나라의 보물인 황금양털을 가지러 온 이아손에 반해 아버지와 나라를 배신하고 양털을 그에게 넘겨준다.
불같은 정열만큼이나 신묘한 마술도 가졌던 그녀는 이아손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술법을 써서 그를 구해내고 이아손의 고국으로 돌아가 원래 이아손이 배다른 동생에게 빼앗겼던 나라도 되찾아 준다.
이 과정에서 조국을 배신한 그녀를 뒤쫓는 아버지의 군대를 지체하기 위해, 미리 인질로 데려온 남동생을 토막내 죽여서 장사를 치를 동안 발이 멈추게 하고, 남편의 왕위를 되찾을 때에는 시조카인 왕의 딸들을 시켜서 그 아비를 잔인하게 난도질 해 끓는 물에 던지게 한다. 회춘을 시키는 비법이라 거짓말을 하고.
그런 이아손의 사랑이 변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남편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그런 자신을 버리다니.
분노한 메데이아는 남편의 새 여자, 자신을 버리고 왕비로 맞은 그녀 역시 독극물에 타죽게 만든다.
가히 이만한 독부가 따로 없었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그 방법도 잔인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기다 더 하나.
남편의 사랑이 식자 자신이 낳은 두 아들을 죽여서 남편에게 복수를 한다.
이 그림은 바로 그 장면이다.
분노로 불타는 눈길로 남편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 동굴 바깥을 노려본다. 그녀의 비수는 끌어안은 아이들을 향하고 있다.
천사같은 어린 것들은 영문도 모르고 어미의 품에서 버둥거린다.
어두운 동굴에서 그녀의 나신은, 처한 끔찍한 상황과는 역설적으로 너무나 아름답고 빛나기까지 하다.
터질듯한 격노의 시선만 아니었더라면, 움켜쥔 칼날만 아니었더라면 동굴에서 노니는 성 모자나 큐피드와 아프로디테같기도 했을 터였다.
극적인 명암대비, 선명하게 떠오른 여인의 젖가슴과 어깨선이 어둠 속에서 눈부시게 떠올라 그녀의 아름다움과 잔인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잔혹하면서도 아름답다.
눈부시면서도 그 냉혹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 여인의 최후가 어떠했냐고?
신들의 저주를 받아 아틀라스처럼 하늘을 떠받치고 살아야 했을까?
디아나처럼 채워지지 않는 물동이에 물을 담으며 지옥을 헤메야 했을까?
그도 아니면 간을 쪼이며 몸부림을 쳐야 했을까? 죽음도 벗어난 끔찍한 수형을?
메데이아는 자기를 버린 이아손에 대한 복수를 멈추지 않고 자기가 찾아준 그 궁전에 불을 지르고 아들 둘을 난자해 죽인 뒤 아테나이로 들어가 아테나이의 왕 아이게우스의 왕비가 되어 자알~ 살았다 한다.
여걸이라고 하기엔 끔찍하고 독부라고 하기엔 그의 사랑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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