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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완결소설- 존마이 김경일傳

5.

by 소금눈물 2011. 11. 10.

01/06/2004 10:02 pm공개조회수 0 2



한밤중 자신의 허리에 얹혀진 여자의 팔을 쓸어보면서는 감격도 하다가 불현듯 이 팔이 자신이 아닌 여자의 먼저 남자에게 얹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고 , 찌개맛을 보이며 떠 주는 국물을 받아먹다가는 어쩌면 먹고 있는 이가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 같기도 했다.

아내가 시장에 가서 늦으면 누굴 만나다 늦냐고 걱정이 되고 매운 바람에 얼굴이 붉어져 들어오면 어떤 놈에게 무슨 소리를 들어 저렇게 좋아하나 싶어졌다.

직장 신체검사로 분주한 원무과에서 서류를 붙잡고 끙끙거리다가도 불현듯 사라지는 일도 그 즈음 생겨난 버릇이었다.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홀연히 사라져서 가만가만 발소리를 죽이며 옥탑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이 빨래를 걷으러 갔던 식당 아줌마에게 들킨 날도 있었다.
그러고 난 다음날에는 시장에 가는 새색시의 화장이 짙었고 어울리잖는 머릿수건을 쓰고 있기도 했다.

원장의 이마가 다시 찌푸려졌고 새로 들어온 간호사들에게 선배들이 김 계장님이 아닌 니꾸사꾸의 전력을 들어 주의사항을 일러주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가 자신을 잡고 결백을 하소연하며 울 때는 가슴이 쳐져서 내가 죽일 놈이다, 이래 천사 같은 여자를 우째 못 믿고 애를 믹이나 자신이 죽이고 싶도록 밉다가도 아내가 새 양말이라도 신고 나설 때는 금세 눈매가 칼날이 되어 이 이핀네가 날도 저문데 으뜬 놈팽이를 만나러 저래 꾸미고 나가나 싶어지니 사는 게 지옥이었다.

끼니때마다 호박이며 두부를 썰던 도마는 색시의 등짝으로 날아가기 시작했고 아내가 사 오는 와이셔츠는 그 밤으로 갈가리 찢겨 나갔다.

결국 색시는 짐을 싸고 나가버렸다.

사 년만에 부산에도 눈이 내렸다고 매스컴에서 호들갑을 떨던 날 밤이었다.
다시 존마이로 돌아간 김경일 씨가 다른 날처럼 술병을 차고 옥탑 방 계단을 더듬거리며 사라진 지 오 분이나 되었을까, 자애 병원 하늘 위로 한 사내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 가재들이 병원 마당으로 날아내리고 연달아 지면에 닿는 그것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경비실 박씨와, 여느 날처럼 동서양을 넘나들며 문화생활을 즐기던 방사선과 실장이 놀라 옥탑 방으로 뛰어 올라갔을 때는 이미 그들이 염려하던 광경이 그대로 펼쳐진 다음이었다.

나가는 심중에도 남편의 끼니가 걱정이 되어 차려놓았던 듯싶은 밥상은 보자기 얹은 채로 날아가 총각김치 꽁댕이 하나가 벽 못에 걸려 대롱거리고 있었고 아수라장이 된 방안에서 김경일 씨는 어린아이처럼 퍼져 울고 있었다.

"가수나가 가 삣다. 고마 가 삣다. 내 뭐라 카드노, 갈 기라 캤제. 은제고 도망 갈 끼라 캣제"

눈물인지 엎어진 술 인지로 온통 범벅이 된 면상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목을 놓아 꺼이꺼이 우는 그에게 박씨가 호통을 쳤다.

"이놈아야 그래 맞고도 붙어 있을 여자가 어데 있드노. 속 차리고 잘 좀 살아 보라꼬 그래 일러도 속을 몬 차리고. 니 인자 우짤끼가, 으이? 느그 복에 그런 여자를 또 으데서 찾을라꼬 날마다 동네북처럼 쌔려 뽀사고 . 인자는 우짤끼고 이놈아야"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존마이 김경일이와 세트로 묶어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데 어이도 없고 울화통도 터져서 드러내놓고 쥐어박는 실장이었지만 김경일 씨의 술 묻은 엉덩이를 걸치게 옆을 내 주는 이는 그래도 그 하나뿐이었던 사람이라 그 형용을 보고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불씨가 손가락중동에 닿도록 담배를 뻐끔거리고는 있었지만 그도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고 답답하기만 했다.

어디서 말을 들었는지 원장이 올라와 그 꼴을 보고는 혀를 차다가 패앵 소리를 내며 내려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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