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이야 뭐 아 팔십 년대 어쩌구 할 주제도 못 되지.
싸우면서 살아낸 이력이 없는 사람은 아예 입을 다물어야 하니까.
난 네가 그냥 아주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 줄 알았어.
네가 그렇게 학창생활을 보낸 것도 의외지만 네 말대로 사회운동을 하던 사람의 착지치고는 좀 난데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 딸을 보면서도 그래.
결혼하고 오 년만에 얻은 아이니 귀하기도 하지.
넋 놓고 앉아 자는 모습을 보다가도 문득 그래. 이 감감한 우주에서 한 인연이 어쩌다 닿아 내게 온 거지 부모 자식이라고 별 거 있겠니. 잠깐 내 옆을 빌려 온 거지"
"야, 난 그건 좀 그렇다. 난 뭐 결혼 안 했으니 아이에 대한 느낌이야 그저 짐작이나 할 밖이지만 자식 두고도 그렇게 객관적으로 딱 보일 리는 없을 거 같은데?"
인섭의 표정이 자못 엄숙했다.
"그걸 닦는 거지. 내가 아주 존경하는 도사님이 한 분 계셔.
처음엔 나도 이게 무슨 손오공 근두운 타고 날아가는 소린가 했는데 우주의 진리라는 게 그렇게 바람 같고 날리는 잎 같다가도 연이 닿고 진리를 깨우치면 다 그 안에서 잠기게 되어 있고 깨우치게 되어 있다"
도대체 말이 되기나 하는 소린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갸우뚱 하는 나를 인섭이 열심히 설명하다 영 답답한 지 고개를 흔들었다.
나중에는 종업원을 불러 볼펜과 메모지를 가져다 열심히 그 "도"를 설파했지만 지하도에서 듣던 증산도보다 도무지 더 헷갈리고 감 잡히지 않는 요설일 뿐이었다.
그 도사님의 말씀인 즉, 삼천년 만에 우주의 기가 다 하고 또 한 기가 오는데 무수한 겁을 거쳐 연이 닿은 중생중에 제대로 도를 깨우친 사람은 우주의 경계를 알고, 진정한 깨달음을 얻으면 드디어 인간의 시계를 벗어나 수명조차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저는 그 도에 이르는 길을 알지 못하고 지금이야 죽을 둥 살 둥
쫓아가며 배우는 처지지만 종국에는 닿으리라는 굳은 희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었다.
그룹명/완결소설- 아이러브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