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8/2007 07:26 pm
추석이 언제 오나, 오긴 오는 건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날이 드디어 됐습니다.
퇴근하자마자 가방을 끌고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빗속을 헤치고 붕붕 날아가는 소금눈물.
일본어에 능숙한 친구 덕에 지난 일본여행은 자유여행으로 다녀왔는데, 아직 겁만 많고 몇 마디 말도 버벅거리는 주제- 더구나 거긴 중국(!), 치안문제도 글코 도무지 믿음직스럽지가 않아서 비싼 패키지여행권을 끊어놓은 바였습니다.
일 년에 젤 비싸다는 추석 연휴, 그것도 젤로젤로 비싼 여행사.
그래 가 보자, 이렇게도 살아보자~ 질끈 눈 감고 질러버린 경비.
암튼 드뎌 갑니다.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갔더니, 글쎄 이런 행운의 나무가 있었네요. 포토존인가 봐요.
누구누구 사랑해~ 여보 우리 이렇게 자주 여행가요, 고마와요~
따뜻한 인사들이 가득 달린 나무.
훔, 나도 그냥 갈 수 없쥐~!
ㅡ.ㅡ;;;;
잘들 지켜주세요~~
역시 뱅기타고 가는 기쁨은 기내식이죠 ^^
여행 내내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이긴 했지만 끝까지 열심히 먹어 준 소금눈물,
이런 기내식은 황송하죠.
그런데 저 고추장 튜브, 저만 챙긴 게 아니더군요.
식사자리마다 다들 주섬주섬 내놓는 것이 바로 저 고추장, 다들 많이 웃었습니다. ^^
드디어 푸동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인증짤~^^
여러분은 지금, 오백 년만에 찾아오는 행운의 기회, 훌륭한 소금눈물의 모습을 보고 계십니다.
인천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 상해는 비가 많이 내리고 있더군요.
기류 때문에 몇 번 덜컹 거리면서 혹시나 날이 흐리면 챙겨온 우산을 쓸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일행이 처음 만난 중국 현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공항 관리인들 같았는데, 변변한 비옷이 아니고 저렇게 네모진 얇은 비닐을 대충 묶어서 뒤집어 쓰더군요.
설마 비옷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닐테고.
암튼 놀랍기도 하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중국에 왔다는 실감이 팍 나더군요.
중국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점 하나 가운데 가장 크게 박힌 인상이 옷이었습니다.
일반인들 옷이야 말할 것도 없이 한국 사람들보다 좀 후줄근하고 그랬지만, 눈에 띄는 것이 공공요원들의 옷차림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교통 정리를 하는 경찰을 보아도 주름 하나 없이 칼 같이 반듯반듯 다림질 자국을 내고, 지하철 역에서 일하는 분들을 보아도 하나같이 말끔하고 단정한데, 중국은 정말 어째서 저렇게 입을까, 그래도 공무원들은 그 나라의 얼굴인데 싶게 지저분하고 말끔하지를 못했어요.
체면과 외양에 신경을 많이 쓰는 한국인, "식의주(食衣住) 중국인"이라는 말 답게, 눈에 보이는 치장보다는 먹을 것에 더 돈을 쓴다는 문화의 차이겠지만요.
하다못해 거리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을 보아도 우리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말끔하고 단정한 지를 다시 느꼈습니다.
이건 일반인들의 패션 감각을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푸동 공항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을 보며, 그래, 여긴 중국이구나 하고 바로 실감이 되더군요.
이번 여행의 팀은 스무 명, 네 팀이었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까지 함께 한 형제 가족 아홉 명, 아이 둘과 부부 네 명 한 가족, 자식들이 보내준 효도관광으로 오신 어르신 형제 부부 네 명, 그리고 우리 팀 세 명, 한국에서 함께 온 가이드, 현지 가이드, 그리고 중국인 기사. 이렇게 이 며칠 한 가족이 될 예정입니다.
공항에 마중 나온 가이드는 조선족 청년이었습니다.
눈이 또록또록 살아있고 말을 썩썩 잘 하던 도령은 올 해 서른 하나라던가, 아직 결혼을 못 했다며, 돈이 없으면 장가 못 감다~ 멋적게 웃던 상냥한 도령이었습니다.
여정길 내내, 우리가 가는 곳의 지명 유래부터 역사, 야사며 한국인과 중국인의 정서적인 차이, 그 사이에 낀 조선족 사람들의 갈등과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참 박식하고 구수하게 열심히 설명해주던 청년이었지요.
말은 돈 없어 장가 못 갔다 했지만, 열심히 벌어서 벌써 고향에 오십 평 짜리 아파트를 마련해놓고 고향에 산 다섯개를 살 돈을 모아 돌아가서 부모님 모시고 잘 살고 싶다던 속 깊은 사람이었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으니 조만간 꿈이 이루어지겠지요.
푸동 공항을 빠져나와 시내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열심히 건설 중 이더군요.
어디나 망치소리고 어디나 건물이며 다리가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도 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윗쪽으로 보이는 것이 푸동공항의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공항을 막 벗어나는 길인데요.
공항은 그 나라의 첫인상인데 우리 나라 같으면, 시내에서 짓는 건물이라 하더라도 가림막을 세우고 지저분한 안쪽 모습을 보이지 않는데 저긴 그냥 공항 도로 변에 저렇게 짓고 있습니다.
옷차림과 같은 맥락일까요?
오늘은 시내와 상해를 흐르는 황포강을 돌아보고 소주로 가서 묵을 예정이랍니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상해의 모습입니다.
끝도 없이 올라가는 상해의 마천루들입니다.
가이드 도령 우스갯말로는 상해관광은 올려다보다 목부러져 죽는 여행이라 하더군요.
무섭게 발전하는 곳이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1842년 외세가 아편전쟁의 승리로 상해를 차지하고 열강들이 서로 아시아 침략의 교두보로 삼으며 발전하기 시작한 상해는, 그래서 다른 도시와는 조금 다른 모습입니다.
이제 우리는 강남의 이름난 정원인 예원과 상해의 옛거리를 구경할 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