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해의 최고 번화가라는 난중루로 왔습니다.
사람 정말 많지요?
서울로 치면 명동이라네요.
"여기서 여러분 쇼핑도 잠깐 하시고 구경도 하십시오.
그런데 꼭 동, 서로 길만 가야 합니다. 양쪽 샛길로 들어가셔서 물건 흥정하다 잘못 되면 저도 어쩌지 못합니다. 노점 한 사람이 그 한 사람이 아니고 나쁜 조직 사람과 다 연결이 되어가지구 여러분이 어설프게 들어갔다가 완전히 꼭 잡히서 몽땅 털려가지고 나옵니다. 나오면 다행이구 그러다가 여권 뺏기고 사람 상하구, 여러분이 뉴스에서 듣던 그 정황 안되리라고 장담 못 합니다. 그거는 저도 어쩔 도리 없습니다. 꼭 동, 서로, 사람 많은 데로만 구경하다 오십시오"
이거이, 구경을 갔다 오라는 소린지 말라는 소린지. -_-;
암튼 가방 뒤로 매면 도둑님이 알아서 가져가란 소리나 다름없다, 책임 못 짐다~ 연신 열을 내는 도령 말에 앞으로 단단히 끌어다 매고 촌사람 처럼 겁에 질려서 버스를 내렸습니다.
겁이 나서 동서로 양쪽만 왔다갔다 기웃대다, 에라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넨데 구경이야 못하겠냐 싶어서 제일 가까운 백화점 비스무리 한데로 들어갔습니다.

어이고~ 그래도 타국이라고 아는 얼굴 만나 반갑네요 ^^
저 낭자를 우리가 이렇게 반가워하리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
그런데 크기는 적지 않다 싶은데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백화점이었습니다.
"한국사람들 중국 와서 쇼핑할 것 없고 하더라. 사실 그렇다. 중국은 한 십 년~ 이십 년 패션이 뒤떨어지고 문화가 달라서 여러분들 보시기에 촌스럽다고 할 것이다. 내가 봐도 서울 사람들과는 많이 촌스럽다."
가이드 말대로 진열된 물건이나 지나치는 사람들이나 집어들 것이 없었습니다.
뭐 저도 촌티 줄줄 내는 사람인데요, 눈에 차는 것이 영 없습니다.
거기다가 가격을 보니 싸지도 않아요.
상해는 서울 물가와 같다더니 저 가격엔 한국에서도 절대 안사겠다 싶게 가격이 만만찮습니다.
거기다가 진열해놓은 폼들이 어찌나 어색하던지...
우리동네 백화점도 들어가면 번쩍번쩍 말끔한데, 꼭 지방소읍 어설픈 상가처럼 꾸며놓고 복무원들의 복장도 여일하게 후줄근한 것이 영 "경제수도상해" 이미지와 안맞습니다.
뭐 없나 싶어 두리번거리다가 포기했습니다.
뭐랄까, 딱히 상해 상가가 촌스럽고 우리나라 상가가 세련되고 - 그런 것 보다는 아름다움을 꾸미는 정서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나름대로 최신유행이라는 구두나 옷을 보아도 고개가 저어지더군요.
학원에서 중국인 강사들을 보면, 저이들은 왜 다들 저렇게 입나 싶었는데 아 나름대로 상해로 치면 패션리더였던 거지요.

그래도 별다방이 있네요 ^^
좋아하지도 않는 별다방 커피였건만, 딱히 다른 할 일도 없고, 모이라는 시간은 남았고 해서 주저앉아 쉬기로 했습니다.
아직까지 뭐 딱히 중국인들과 말 다운 말은 한 마디도 못해보고, 요거 얼마냐 그 말만 해보았네요 ㅜ.ㅜ;
용기를 내 소금눈물~!!

결국 집합시간이 되기도 전에 어슬렁어슬렁 돌아갔더니, 우리처럼 다른 일행들도 딱히 갈 곳이 없었던지 일찌감치 모였더군요. ^^;
그런데 부모님을 모시고 온 형제분 중 한 분이, 거리에서 시원한 생수를 2.5원에 사셨다는 말을 듣고 형제분이 막 흥분하십니다.
"아니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나는 번듯한 편의점에서 똑같은 물을, 시원하지도 않은 미지근한 걸로 5원에 샀다구! 이런 기가막힌 놈들~!"
"그러게 여긴 중국이라니까요."
다들 하하 웃었습니다.
중국, 조금씩 실감이 나고 있습니다. ㅎㅎㅎ
저 온도가 지금 상해기온입니다.
삼십도가 다 되지요?
아참,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해드릴게요.
상해의 기온은 여름엔 사십도가 훌쩍 넘어간답니다.
한국은 한낮엔 더워도 밤엔 어느정도 가라앉는데, 상해는 더운 온도가 밤에 똑같이 유지된다네요. 습도 끈적한 그대로요.
독한 화주를 마시고 여름에 비칠대다 아저씨가 아스팔트에 넘어져 잠들었다 - 그러면 그대로 달궈진 프라이팬에 익혀지는 거다- 라고 하더군요.
근데 중국의 기상보도엔 절대 40도가 없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인고로 모든 것이 노동자 제일 주의랍니다.
40도 이상이 되면 노동자의 안전을 우려해서 모든 공장을 멈추고 쉬게 해야하는게 법인데, 그렇게 되면 당장 수 많은 공장을 세우고 그 엄청난 경제손실을 감수할 수는 없으므로 39도~ 아무리 더워도, 더워서 죽어도 39도~ 랍니다.
그러니까, 일기예보에 내일 날씨 39도다 ~ 하고 밑에 자막으로 더운 날씨에 노동자의 건강을 위해서 냉수를 비치해놓으라~ 이런 식으로 나간다네요 ^^
이 얘긴 중국인강사들한테서도 들었는데 막상 와서 들으니 실감도 나고, 하긴 수퍼컴퓨터 갖다 놓고도 여름내내 욕만 원없이 드신 우리나라 기상청 여러분 생각도 나서 웃지만도 못하겠고 합디다.
자아...
구경은 이럭저럭 하고- 오늘 밤엔 운하와 비단의 도시 쑤저우로 가야 합니다.
첫 밤은 쑤저우 신라호텔에서 묵는다네요.
사설이 길죠?
내일은 쑤저우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좀 말씀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