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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밑줄긋기

두 글자의 철학

by 소금눈물 2011. 11. 7.

06/15/2010 09:58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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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폭력적인 짝짓기의 대명사는 아마도 사마귀의 교미일 것이다. 암사마귀는 교미 중에도수사마귀를 계속 씹어 먹는다. 곤충 학자들은 암놈이 수놈을 붙잡아 앞발부터 먹기 시작해서 머리 전체를 잘라먹으면서 비로소 생식기 결합이 이루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즉 머리가 없어진 수놈은 비로소 암놈의 생식기에 자신의 그것을 삽입할 수 있었다. 수정이 끝난 후, 암놈은 수놈의 남은 부분을 모조리 먹어치웠다. 생말학자 뢰더는수사마귀의 머리를 제거하면 교미 능력이 증진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그는 사마귀의 머리를 잘라 그 근처의식도하신경절을 제거하면 어떤 것과도 교미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이 신경절이 복부의교미 운동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짝짓기 중에 암놈이 수놈의 머리를 먹어치운다는 것이다. 뢰더는 사마귀의 머리를자르면 약 10분간의 격렬한 교미 동작을 한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관찰했다.


후손을 남기려는 생명활동은 처절하고 끔찍하구나.살고자 하는 본능보다 생식본능이 앞설 수도 있다는 거.하긴 2차대전 정신대동원의 만행을 저지른 일본군들도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 섹스를 못한다는 두려움이 더 컸다고 했지.

p.26

철학자 한스 요나스(Hans Jonas)는 모든 생명체의 살려고 애쓰는 성질 자체를 '자유의 발현'이라고 본다. 그에 의하면 자유는 가장 낮은 수준의 생명체에서 시작하여 그 이상의 모든 생명체에서 실현되고 있다. 가장 원시적 생명체가 외부에 대해 보이는 반응도 그 생명체가 자신의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하여 기존의 한계를 박차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가장 기초적인 형태의 자유라는 것이다.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투쟁이라...

p.32

생명체는 스스로 살려고 애쓰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것은 살아 있는 한 자신의의 생명을 보존하고 초월하려는 내적인 경향을 갖는데, 언급했듯이 한스 요나스는 이것을 자유라고 파악한다. 즉 생명을 움직이는 동인과 원리가 자유라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수준의 아메바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가 지닌 존재양태이자 생명의 원리가 자유라는 것이다.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처럼 동물이 자기와 같은 종의 생명체를 번식하고자 애쓰는 것도 자유 표출의 한 형태이다. 그러므로 자유는 모든 생명체에 내재한다. 이는 생명체의 물질대사를 화학 반응의 차원이나 생물학적 결정론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설령 자연법칙의 결정론적 성격을 인정해도, 요나스의 말처럼 생명이란 '필연의 토대 위에 건축된 자유의 집'인 것이다. 가장 기초적인 물질대사에서부터 인간 같은 고등 동물이 실현하는 의지적이고 자각적인 자유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는 폭넓고 다양한 자유의 스펙트럼이 있다.

p.49-50

우리에게 더 관심이 있는 행(幸)자는,'젊어서 죽을'요(夭)에 '거스를' 역(逆)아 합쳐서 변현된 것이다. 이것을 풀이하면 젊어서 일찍 죽는 일을 면하면 행복하다는 뜻이 된다. 행복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이 점은 매우 흥미롭다. 우선 불행한 상태가 아닌 것을 통해서 행복을 느끼고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요절(夭折)하는 경우가 그리 흔한 것은 아닐진대, 그런 불행을 맞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뜻일 수 있다. 이는 행복에 있어서 최소치다. 그러므로 최소치로서 행복은 우리가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는 것에도 있고, 매우 상대적이라는 뜻이다.


p187-188


'행복한'이란 뜻의 영어 'happy'는 'hap'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hap'은 '우연히 일어난 일' 또는 '요행'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는 'happen'의 어원이기도 하다. 즉 'happy'와 'happen'은 같은 어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는 행복은 우리 삶에서 그때그때 '일어나는 일'과 함께하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p.190


너무너무 힘든 날이었다.
동료들이 모두 퇴근한 컴컴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계속 반송되는 서류를 쳐다보다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참아야 하나, 견뎌야 하나, 이렇게 사는 날도 무엇인가 행복의 어떤 조각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나.
머리가 땅속으로 기어들어갈것만 같은 피로... 억지로 책장을 넘기며 이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희미하게, 이것도 어떤 행복의 모습일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무엇인가 일어난다는 것' '우연하고 소소한 일상'... 포터의 소설 '소녀 폴리애너'처럼 도무지 기쁘고 즐거울 것도 없는 이 며칠, 억지로 '기쁨' '행복'을 만들고 싶어서 기를 쓰고 책을 뒤적이며 발버둥치는 기분...

행복이 옆에 있다 해도 진정으로 행복으로 받아들이기는 정말 쉽지 않다...






- 김용석 지음 <푸른숲>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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