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냘프다.
(-)사람은 궁극적으로 누구나 갸날프다. 그것이 사랑의 다함없는 연료다. 자기애든 아니든.
그렇더라도, 갸날픔에 대한 사랑의 밑자리는 어딘지 모르게 구부러진 마음, 쇄말적이고 도착적인 마음이다. 육체의 굳건함, 정신의 투박함은 그런 마음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가냘픔이 존재의 모자람이라면 그것을 일종의 '되다 만 현실'. '미未현실'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그런 '미현실'의 느낌이 바로 구부러진 마음이고, 그것이 사랑을 낳는다.
p.50
가냘픈 몸과 가냘픈 마음만 어여쁨을 미적 쾌감을 낳는 것은 아니다. 가냘픈 불빛, 가냘픈 연기, 가냘픈 희망도 어여쁨을, 측은지심과 미적 쾌감을 낳는다. 1871년의 파리코뮌이 그 뒤 모든 모반자들의 가슴을 울렁이게 했던 것은 그것이 내쏜 불빛이 가냘펐기 때문이리라. 파리코뮌은 제 가냘픔을 통해 지지자들의 마음속에서 굳건함을 얻었다. 그 가냘픈 혁명은 기리고 이어나가야 할, 사무치는 희망의 빛살이었다.
p.51
가느다란 것은 다 애잔하다. 가는허리나 가는 종아리만이 아니라, 가는 실, 가는눈, 가는 비가 다 그렇다. 그 애잔함에 이끌리는 마음이 사랑이다. 아니 애잔함이 사랑이다. 가냘품, 가녀림이 사랑이다.
p.52
고종석.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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