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 찾아볼만한 좋은 전시장이 있다는 건 복이다.
유명초대전이나 특별전은 아무래도 시립미술관쪽으로 몰리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는 대로 찾아본다.
이번 주에 기대한 전시는 한국서가협회 문인화전이었다.
간송에서 조선문인화전을 본 이후로 문인화에 제대로 빠졌다. 마음 먹고 토요일 퇴근하는대로 바로 전시장에 갔는데 - !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도 좋은 글씨들은 참 많았다.
일전에 다녀온 아라비아전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어서, 다른 문자의 아름다움과 비교해보는 한자와 한글도 좋았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전시장은 살다살다 처음 보았다.
전시장에서는 다른 관람자들을 위해서 소음을 내는 것은 절대 조심해야 하는 에티켓이다.
소근소근 대화하는 것은 물론, 전화통화는 당연히 안된다.
어찌나 시끄럽던지. ㅠㅠ 주로 어르신들이었던, 아마도 작가들로 보이는 분들이 몰려다니며 큰 소리로 말을 하고 누구야 누구야 부르고, 이 와중에 축하 난을 배달온 사람들은 이 방 저 방 화분을 끌고 다니며 위치를 물어보고 가족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고 작품 평을 하고 심지어는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며 손으로 호두알을 굴려댄다. 너무너무 듣기 싫어 서둘러 다른 방으로 옮겼더니 전화기를 든 채로 그 방까지 따라와 굴려대며 통화를 하는데- 따그닥따그닥 쉬지않고 굴러가는 호두소리에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ㅠㅠ
아놔 ㅠㅠㅠㅠ
그룹전을 하며 자기들끼리 오붓하게 하하호호 보는 전시를 내가 잘못 찾아간 건가.
좋은 전시장을 빌려 일반 관람자들에게 보이는 것은 자기들에게도 분명 좋은 기회일텐데.
너무나 형편없는 개관 매너에 마음이 상했다. 당분간, 이런 그룹전은 무서워서 못 갈 것 같다.
글씨는 아름답게 잘 쓰는 분들이, 그 작품들을 다른 이에게 선보이고 겸손하게 평을 기다리는 준비는 전혀 안 된 듯 하다.
내가 지금까지 다녀본 전시가 몇인데, 이런 최악의 전시장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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