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덕성을 상징하는 왕의 예복 (1)

실용성과 사회적 기능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 의복은 삼국시대 이래로 계급과 사회 신분을 표시하는 기능을 하였다. 조선시대 왕의 의복도 실용성 이상으로 왕의 역할과 존엄성을 표시하는 상징적인 기능이 중요했다.  왕은 역할에 따라 복장을 달리하였는데 특히 복장의 색이나 문양을 구별하여 그 상징성을 극대화하였다.

 왕의 복장은 특별한 의식을 행할 때, 평상시 집무할 때, 군사 훈련을 참관할 때, 잠자리에 들 때 등 때와 장소에 달라졌다. 왕의 공식적인 복장은 만나는 대상자 또는 의식의 중요성에 따라 크게 면류관과 구장복, 원유관과 강사포, 익선관과 곤룡포의 세 가지로 나뉘었다.

 면류관과 구장복은 하늘과 지상 최고의 신을 영접하기 위한 왕의 최고 예복으로 대례복이라 하였다. 주로 왕이 중국의 칙사를 영접할 때나 종묘와 사직에 제사를 올릴 때, 또는 즉위식, 혼인식 등에서 입었다. 하늘을 대신하는 중국 천자, 조선의 국권을 상징하는 종묘와 사직의 신은 왕이 받들어야 할 최고의 신이었다. 즉위식이나 혼인식 때 면류관과 구장복을 착용하는 것도 하늘과 종묘 사직의 신에게 국왕의 즉위와 혼인을 승인받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왕의 예복 중에서 최고 예복이라 할 수 있는 면류관과 구장복은 왕의 권위와 존엄성을 상징하는 색과 문양으로 이루어졌다. 중국 고대의 모자에서 발달한 면류관은 모자의 기본 틀인 면판과 면판 앞뒤에 늘어뜨린 류를 합쳐서 부르는 말로, 검은색 모자이다.

(* 류 - 신분에 따라 수가 다른데 천자는 12류, 제후는 9류였다. 제후를 자처한 조선의 왕은 9류 면류관을 착용했으나, 고종이 황제에 오른 이후 12류 면류관을 썼다. 류에는 각각 9개의 옥을 꿰었고, 사이사이에 오색구슬을 넣었다.)

유학자들은 면판과 류의 모양에 커다란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예컨대 앞으로 늘어뜨린 류가 면류관을 쓴 왕의 시야를 가렸는데, 유학자들은 왕이 악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또한 나쁜 말을 듣지 말라는 의미에서 면류관의 좌우에 왕의 귀를 막을 수 있는 작은 솜뭉치를 늘어뜨렸다. 이는 최고 권력자인 왕이 간신배들의 감언이설에 눈과 귀가 멀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면류관과 함께 이용된 것이 구장복이었는데, 왕의 옷에 들어가는 무늬가 아홉 가지이기 때문에 구장복이라 불렸다. 조선의 왕은 제후의 예에 따라 9류 면류관을 쓰고 구장복을 입었다.


<궁중문화, 조선왕실의 의례와 생활> 신명호 지음. 돌베개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