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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마이시스터즈키퍼 쌍둥이별

by 소금눈물 2011. 11. 28.

 

08/15/2010 05:20 pm공개조회수 1 0

중학교에 다니는 딸이 주문했다는 동료의 책을 염치없게 먼저 읽었다.
읽고 나서 한참을 심란해있다.
이 녀석이 뭘 알고 산 건가, 감수성이 남달리 예민한 녀석이었던가 생각하며 이 얘길 동료에게 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머리속이 심란하다.

자식말은 남이 함부로 할 것이 못 된다. 누구든 가장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할 것이고 또 나름 가장 최선을 다해 자식을 위해 최고의 부모노릇을 한다 생각하겠지. 형편과 처지가 달라 베풀어주는데 가정마다 한계가 있겠지만 남들이 뭐라뭐라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다. 내가 고민하는 이유는...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료의 자녀관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보였다. 나 뿐 아니라 그이를 뺀 다른 이들도 동료가 보이는 모습에 가끔 몹시 놀라고 당황스러울 일이 많았다. 때로는 남편마저 뒷전으로 밀어내는 듯 보이는, 큰 아이에 대한 큰 사랑과 반대로 둘째 아이에겐 너무 무심하다 싶은 명백한 편애 때문이었다. 엄마의 무지막지한 사랑과 한없는 이해를 업고 큰 아이는 사회성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게 당돌하고 이기적(말을 쓰기가 몹시 조심스럽다. 제발 내 블로그를 보지 않기를 바란다)인데 문제는 그 동료는 전혀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위에서 무어라 말을 하려하다가도 나남의 자식 일이 함부로 뭐라 하는 것도 예가 아니고 또 그 사람이 가진 벽이 워낙 완고해서 이런 말을 함부로 하다 상처만 받을까봐 다들 눈치만 보고 입을 다무는 형편이다.

아픈 아이가 있다. 아주 드문 희귀백혈병에 걸린 아이는 별다른 의학적 치료방법이 없다. 부모는 지푸라기를 잡는 마음으로 아픈 아이와 유전적으로 완전히 일치하는 동종기증자 동생을 만든다 (만든다..는 말 밖에 다른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아픈 아이를 맹렬히 사랑하는 부모에게는 모든 현재의 삶과 내일의 희망도 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상처많은 사내아이도, 언니를 위해 모든 장기와 삶과 희망을 '기증'하면서 살아야 하는 막내딸도 우선고려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점점 더 나빠져가고 한번 쓴 의학적 방법은 거부반응으로 다시 쓸 수가 없다. 장기들마다 돌아가며 망가지고 결국은 신장에 이르러 마지막 전쟁을 선포한다.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쌍둥이와 다름없는 동생의 신장이식만이 어쩌면 마지막 희망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말을 잘 듣던 그 열세 살짜리 딸 아이가 더는 자신의 몸을 희생할 수 없다며 반기를 들고 자신의 의료해방권을 주장하며 부모를 기소했다!

누구를 더 사랑하거나 덜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불속에 갇힌 아이를 구할 사람은 부모 자신이나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구할 지를 아는 다른 자식 뿐이다. 그 자식을 불속에 들여보내는 것이 법적으로 온당한 것인가. 자신이 아니면 언니의 생명은 어쩌면 여기서 끝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제대혈을 주면서부터 시작된 어린여자아이의 삶은 그의 삶이 '기획'되었던 순간부터 철저하게 언니를 위한공여자의 삶으로 살아야 했고 그 아닌 다른 부분은 삶의 의미가 없었다. 하키를 좋아하고 그 재능을 인정받는 평범한 소녀의 꿈은, 언니를 위해 부모가 신장을 요구하는 순간부터 사라져야만 한다.

법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아니 애초에 아픈 자식을 위해 그 장기를 댈 목적으로 다른 자식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윤리적으로 온당한 것인가.

이 책의 결말은 아주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끝나지만 그게 해피엔딩이었는지는 솔직히 나는 모르겠다. 내가 부모가 아니어서, 아픈 아이를 둔 부모가 더더구나 아니어서 이렇게 냉정해질수 있을 수도 있으니까. 죽어가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수긍할 수 있을 일일지도.

솔직히 앞에서 말한 동료의 둘째 딸이 나처럼 유별나게 민감한 아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냥, 또래 친구들이 읽는, 재밌어보이는 책이라 그냥 고른 것이라면 다행이겠다. 그 동료가 딸의 상처많은 마음을 보듬어주고 바라봐줄 수 있을까. 내 마음을 알면 몹시 기분 나빠하고 화를 낼 것이다. 자식일이라면 참.. 모르겠다. 그래.. 참 어려운 문제다.


제목: 마이시스터즈 키퍼 쌍둥이별
지은이 : 조디 피콜트
옮긴이 : 곽영미
펴낸 곳 :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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