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읽기>의 두 번째 책이 되려나.
이제 그만 냉정하게 머리를 비우고 시작 하련다 다짐을 해도 번번이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주먹으로 씻다가 그만 엎드리고 만다.
아직도, 아니 아마는 앞으로도 눈물 없이, 분노와 회한이 없이 그를 떠올릴 수 없을 것만 같다.
중음의 시간을 아직 그가 벗어나지 못한 때에 황급히 나온 이 책은 책장 갈피마다 눈물이 구절구절 배어있다. 누구보다 그를 아끼고 작은 노무현 이라는 말을 듣고 살았던 유시민 부터, 때로 그에게 날선 독설을 던졌던 진중권, 홍세화 같은 시사평론가들, 그의 밑에서 일하던 청와대 젊은 행정관들, 기자들, 참여정부에 함께 했던 이들과 뒤늦게 그의 느닷없는 부재를 기막혀하는 시인들의 울음까지- 이 책은 2009년 5월 말부터 6월 초순까지, 그야말로 현장의 통곡, 울음소리 그 자체이다.
선 자의 위치에 따라, 혹은 '노무현'과 맺었던 인연의 모습에 따라 피맺힌 통곡이 되기도 하고 회한에 젖은 송별가가 되기도 하지만 책에 흐르는 정조는 기본적으로 이대로 보내기엔 너무나 아깝고 억울한 인간 노무현에 대한 아쉬움, 그를 그리 보내고 만 우리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부엉이 바위로 밀어버린 어떤 세력에 대한 분노다. 사건 자체가 우리 역사에서 비교할 예가 없이 참담하고 기막힌 일이지만 처지가 다르고 노선이 달랐던 이들이 이렇게 한 목소리로 그를 보내고 억울해하고 그리워하는 일이 다른 어떤 인물에 대해 가능할까. 모르겠다. 나는 다른 이를 찾지 못하겠다. 김어준의 말마따나 가장 시답잖은 자들에게 가장 씩씩한 남자가 당했다는 억울함이 회한보다 더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으므로.
앙다문 입술 밖으로 피가 배어나온다.
그래, 나는 너에게, 너희들에게 말한다. '이제 노무현 선(線)이 진정성의 기준이다. 정의는 불의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지만, 저지른 불의를 징벌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는 자기 응징으로 자기가 세운 정의의 최소원칙은 지켜냈다.(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 그를 모욕하고 짓밟고 바위 아래로 떠민 자들아. 노무현을 밀어 떨어뜨린 그 잣대로, 그 선의 기준으로 부엉이 바위 위에 서 보라. 그를 추로 삼아 너희 무게를 재보련다. 너희가 살아남아 지껄일 자격이 있는지 내가 부릅뜨고 지켜보리라!
격한 분노 속에, 흘러 멈추지 않는 눈물에 시야를 가려서 때로 오타도 발견되지만 지금 누가 단정한 이성에 기대어 분별하여 정리될 수 있겠는가.
지금은 눈물과 설움의 시간, 이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나는 다시 그를 불러내어 그를 내 안에 깊이 뿌리내리련다. 내 토양은 척박하고 가난하여 그의 큰 뜻을 다 담을 수 없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은 죽을힘을 다 하여 길러 조그마한 잎 하나라도 그의 마음을 닮은, 그 넉넉한 웃음을 닮은 뜻을 키워내련다.
제목: 아! 노무현
지은이: 유시민, 진중권, 홍세화 외
펴낸 곳 : 책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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