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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정치가 정조

by 소금눈물 2011. 11. 24.

 

10/02/2007 08:56 pm공개조회수 1 0



추석 전에 명절 인사 드리러 단지우유네 갔다.
들고 갔던 책을 보고 오빠가 흥미를 보이길래, 집에 오자마자 인터넷으로 한 권 보내드렸다.
여행 마치고 돌아와 숨돌릴 틈 없이 정신없이 보낸 이 며칠, 그나마 잠깐씩 들여다보는 이 책으로 비로소 제 궤도를 조금씩 찾고 있다.

정조의 무지막지한 치적과 드라마틱한 생애를 다른 수많은 책 중에서, 이것은 정치가로서의 정조의 면모를 그린 책이다.
대단한 자질을 지닌 왕재였으면서 그 재능을 유감없이 펼쳤던 천재군주, 하지만 역시 그도 인간이었고 파란을 고스란히 겪으면서 힘겹게 등극했던 이였기에 본능적으로 갖게 된, 조심스러움, 굳센 정적들의 파워게임 속에서 고뇌하고 좌절하며 보낸 모습들이 들어 있다.
내가 딱히 반가워할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에겐, 조심스러웠다- 라고 생각될 대목이, 저자에겐 우유부단했다는 냉혹한 평가로 남기도 했고, 그의 치세의 못다한 아쉬움을 실패라고 딱 잘라 단정한 대목도 있어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역시, 너무나 찬란했던 왕, 너무나 뛰어났던 일인이었기에 그 아래서 빛을 못 보고 무능한 관료가 될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조정의 모습이 냉정하게 들여다보인다.

완벽한 토대를 갖추고 막 웅비하려던 순간, 너무나 갑자기 의문의 죽음-
그 이후에는 그저 아득한 슬픔과 무기력함... 이윽고는 급속도로 침체, 몰락의 길을 가게 되는 왕조의 비극.
치세의 태반을 잃어버린 힘을 되찾아오는 걸로 소모해버리게 되었으니 그 시간을 오롯이 자신의 꿈을 펼치면서 보냈으면, 아니 적어도 딱 십 년만 더 사셨으면 우리 역사는 어떤 모양이 되었을까.
가정을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역사의 법칙이 너무나 안타깝다.

완고한 기득권 세력의 뿌리깊은 반발과 하루 아침에 경장 할 수 없었던 제도, 자신의 신하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암살의 위협에 시달렸던 우리 임금.

생각할수록 아프고 그리운 이름이다.


제목 : 정치가 정조
지은이 :박현모
펴낸 곳: 푸른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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