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는 길섶에는
한송이 복사꽃도 피지 말아라.
눈물겨운 새소리 하나라도
청송 높은 가지 위에 앉지 말아라.
바람도 불지 말고
그저 앉은 채로 살아 있는 돌멩이같이
그렇게 내 생의 그림자만 보아라.
산도 그냥 울지 말아라.
꽃 피면 서러웁고
달 뜨면 아득한 인간의 하루,
물소리 가득하여 나는 못내 못 참아라.
내 등 뒤에서 내 등을 잡지 말아라.
정작 한 소리 마음을 내노니
저편 한 사람 외로운 이도 볼 일이요,
날 기울면 이편쪽 마음도 줄 일이다.
가는 길 없음을 나는 아노니.
- 박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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