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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국어의 풍경들

by 소금눈물 2011. 11. 24.

 

02/13/2007 02:16 pm공개조회수 6 0



책을 다 읽고 나니 갈피갈피 끼워놓은 포스트잇이 어찌나 많은지 너덜너덜하다.
뭐라고 독후감을 쓰기가 힘들다.
이런 사람의 책을 읽다보면 두뇌용적은 기본적으로 비슷할텐데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이렇게나 차이가 나야 하는지 그저 한숨 뿐이다.

몇 줄을 썼다가 다시 지우고 또 고치고 한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숨 쉬는 공간의 말들, 그 행간에 생각의 뿌리와 기둥을 세우는 이 책을 읽다보니 날라리 팔푼이 같은 이 서고의 독후감도 몸이 사려지고 함부로를 못 나가겠다.
허나 또 어쩌랴, 근본이 이 인간은 무슨 깊이라든지 기본이 없어서 좋은 글을 보면 그저 한숨 쉬고 줄만 그어댈 뿐이지 그 글과 뜻을 제 것으로 할 줄을 모르니 말이다.

세상일과 우리 문학의 언저리 이야기, 혹은 제대로 한국어의 속살 깊이까지 두루 깊고 뜨거운 그의 글 중에서 이 책은 우리말에 대한 강좌이다.
들숨날숨으로 쓰는 말을, 읽다보니 그 뜻도 용법도 제대로 모르고 산 것이 태반이다.
<우리말의 순결성>을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되는 것인지부터 한국어의 기원과 이웃말들, 품사의 용법과 북한말의 풍경까지 두루 다뤄져 있다.

하염없이 줄 긋고 따라적다 보니 참 막막해진다.
단어와 각 기초품사와 그 용법에 대해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나로선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적어도 기본적으로 어느정도는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한참 심각하게 미간을 모으고 읽다가 "유행어, 시대의 거울" 편에서 뒤집어져 버렸다.
이 통렬한 야유와 기지, 이래서 고종석이 너무너무 좋다.
정말 어째야할 지 모르겠다.
이렇게나 좋은 사람이 있어서.

당분간 내리 고종석이다.
아마도 여전히 고종석일 것 같다.


제목 : 국어의 풍경들
지은이 : 고종석
펴낸 곳 :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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