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앓는 소리를 하는 엄마 곁에서 얕은 잠이 설풋 들었다가 전화벨 소리에 깬 것은 새벽이었다.
몇 번을 울렸는지 몰랐다. 안 떠지는 눈으로 수화기를 잡는데 엄마가 깨었는지 전등을 켰다.
벽에 붙은 시계를 보니 여섯 시였다.
" 여보세요?"
"호봉이냐? 새벽에 미안하다. 서울 호철이 오빠여"
" 호철이 오빠?"
"호철이냐?"
엄마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오빠 목소리가 급했다.
잠이 묻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덩달아 비몽사몽 갈피를 못 잡던 나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 어 오빠. 왠일이에요? "
"거기 우리 어무니 계시냐?"
아랫목이 비어있었다.
" 새복이 오줌 누러 가는 거처럼 나가셨어. 얼래 벌써 한참 되네"
" 엄마가 그러시는데 화장실 가셨나보래요. 멀리 안 가셨을 거예요"
"그럼 거기서 주무셨구나. 그럼 됐다. 노인네가 어딜 가면 간다구 허시지. 말두 읎이. 여긴 난리 났었다"
엄마가 손사래를 치며 수화기를 재촉했다.
" 이 그려 나다. 왜 무슨 일 있냐? 늬 엄니 말씀으루는 너 부여 오는 질이 같이 왔다구 허등만. 안 그려두 요까지 와서 늬 엄니만 보내구 발길두 안구 갔나비래구 서운혔더니 엄니 혼자 내려 온 거여?"
어제 저녁 내내 엄마가 삐져 있던 게 이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갈수록 엄마 얼굴이 굳어갔다.
허 참, 시상이나 시상이나 탄식을 연발하면서 말을 잃더니 목이 잠겨버렸다.
한 참을 저 쪽에서 하는 말만 들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던 엄마가 급기야는 눈물을 비치는 것이었다.
"너무 걱정 말어라. 당신두 다 생각이 있응게 발이 닿은 거겄지. 메칠 있다가 내가 모시구 갈 팅게 걱정 말어. 이 그려 들어가. 애썼네"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서 엄마는 그대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 왜 그래. 오빠가 뭐라는데 그래?"
멍하게 벽을 바라보던 엄마가 한숨을 푸욱 내리 쉬더니 몸을 일으켰다.
" 날 밝었다. 큰엄니 들어오시기 전이 방이나 치워 놔"
어설픈 잠이 깨었는데도 다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말 없는 엄마는 박가네들을 욕할 때보다 더 불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