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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돌말사람들

그 사람 박봉찬 전 6

by 소금눈물 2011. 11. 17.

 

12/09/2003 06:08 am공개조회수 0 4



"니얄 모레는 될 거래유"
"그랴...니가 순조롭게 육성회비 가주오리라고는 나도 생각 안혔다.
자석을 핵교에 맽겼으먼 아 옛날처럼 책거리 떡시루를 안고 오라는 것두 아니구
온 대한민국 팔도를 다 안고 사는 냥반이 어째 이런 쪼잔한 일에 그리 계산이 늦으시다냐.
늬 아부지는 잘 기시지야?"
"에....."

누런 콧물을 손등으로 쓰윽 닦으며 볼때기로 신작로가 나버렸다.

담임인 정선생은 우리마을 배이장댁 사랑에서 하숙 중이었다.
대처 어디에 본댁이 있다든가.
그런데도 사모님은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벌써 몇 년째를 남의 집 곁방에서 홀로 늙어가는 이였다.

바짝 마른 체구에 남 다 큰 키도 못따라가는 외모인데, 또 마을 경조사에는 빠지는 얼굴이 아니어서 박봉찬씨하고는 여러모로 대조가 되는 이였다.

" 사람이 말여. 태났으먼 그 본분이라는 것이 있다.
도야지로 태나먼 잘 먹구 잘 싸구...지 살 켜서 쥔네헌티 보시허구 가는 거시 본분이구 머리 검은 짐승이루 태나먼 갈고 닦어서 쓸모있는 사람이루 세상에 노릇허다 가는 것이 본분이구 부모에 본분이라먼 지가 싸지른 새끼덜은 배우게끔 노력을 혀서 뒷바라지를 히야 허는 것이 본분이다.
알긋냐?"
"에!!"
우렁찬 오 십 여덟의 합창이었다.

회심의 미소를 짓던 담임이 돌아서다가 문득 멈추더니

"박호봉이 말혀봐. 알긋냐?"
"에...."

뭐라거나 말거나 툭 던지고는 표정없이 콧물만 다시 후루룩 들이켰다.

하기는 호봉이도 제 엄마가 무얼 주어야 받는 거지 닥달한다고 십 원 한 장 나올 아버지 호주머니도 아니었다.

가정일이나 마을일에는 한번도 나서본 일이 없을 박봉찬씨가 더구나 그 작은 일에 연연할 성품도 아니었고, 마을 일을 내 몸 같이 하고 사회에 이바지를 하는 것이 사람의 근본임을 평생에 주장하고 다녔을 정선생은 애초에 그 사이가 각별하긴 어려운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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