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 살면서도 이 조그만 녀석들이 다 각자 제 생각이 있고 취향이 있다는 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지.
잠시도 가만있을 줄 모르는 졸리.
여러 집을 전전하다 그 대책없는 발랄함으로 급기야롤링박스에 유폐되어 사는 졸리.
졸리는 모든 일에 아주 열심이다.
자다가도 밥먹자- 부르면 정신없이 달려나오는데, 눈도 안 뜨고 달려나오다 벌러덩 자빠지는 일은 다반사. 마치 뺏어먹듯이 손에 매달려 정신없이 받아먹고 다 삼키지도 않고 이리저리 날뛰면서 또 달라고 성화다. 배춧잎을 주면 순식간에 없어지고, 치즈든, 잣이든, 해바라기씨든 암튼 먹는 것은 모두다 잘 먹는다. 거의 뺏어먹는 수준이다.
밤에는 철망 울타리를 구름다리타기로 넘나드는 묘기를 부리면서 요즘은 쳇바퀴에도 재미를 붙여서 밤새 구른다. 그 넘치는 활력이란 -_-;
저러니 새벽녘엔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져서 깨워도 도무지 일어나지를 못하고. 먹는 걸로나 깨워야 정신을 차린다.
처음에 왔을 때는 물어뜯고 아주 못되게 굴더니 지금은 또 그만큼 나를 따라서, 혼자 신나게 놀다가도 내가 깨어나서 롤링박스 안을 들여다보면 앞발을 들고 친한 척을 하고 엉겨붙는다.
거부감도 없고 핸들링도 아주 익숙해졌다.
답답하겠다 싶어 저녁에 잠깐 꺼내놓으면 거의 방 안을 날아다닌다. 달려다니다 제 속도를 못 이겨서 나동그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그래도 뭐가좋다고 모든 것에 코를 대고 킁킁 맡아보고 모든 구석에 다 아는 척을 하고 아무 데나 쫓아다니고 달려다니고; 거의 인사불성 수준.-_-;
그에 비해서 소심이는 완전히 선비다.
누가 뭐래도 흥...그저 제 쳇바퀴나 화장지상자 집이면 세상의 전부로 알고 조용하다.
맛있는 먹이를 줘도 졸리처럼 정신없이 삼키고 조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슬쩍 다가와 냄새를 맡아보고 마뜩찮은 표정으로 일단 뒤로 물러서서 생각을 하다 그마저도 내버려두고 쳇바퀴 안으로 들어간다. 내 손에서 뭘 먹는 것이 자존심 상한다는 표정. 제일 좋아하는 잣 정도나 되어야 손에서 받아먹지 다른 것은 내가 포기하고 물러서야 한참 지나 제가 먹고 싶을 때 건드리는 정도다. 그러다보니 먹는 것도 졸리보다 한결 적고 배춧잎도 반 정도나 먹는지.
소심이가 좋아하고 관심을 줄기차게 갖는 것은 쳇바퀴 뿐이다.
핸들링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 손바닥이 영 불편하다. 무엇보다 익숙치 않은 것, 제가 끌려서 하는 것이 아니면 절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밖에 내어주면 방 한바퀴를 천천히 산책해보고 곧장 제 집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 마치 세상 구경은 한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더는 필요없다고 여기는 듯 하다.
성격이 이렇게 다르고 노는 짓도 다르지만 내겐 둘 다 너무 예쁘기만 한 녀석들이다.
졸리는 발랄해서 귀엽고 소심이는 조용해서 든든하다. 졸리가 정신 못차리는 웜을 소심이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소심이가 좋아하는 화장지 상자는 졸리에겐 담을 타 넘을 지렛대역할일 뿐이지만 이렇게 작은 녀석들도 다 제 고집이 있고 좋아하는 것이 각자 따로 있다는 것을 보면 내가 사람들에게 너무 내 것만, 내 방식만 강요하고 사는 건 아닌지 반성이 된다.
나와 똑같은 사람만 있다면 정말 세상은 끔찍하게 재미없고 지루하고 각박한 세상이 될텐데 말이다.
밤새 놀고 달리다 정신을 잃은 것처럼 자는 졸리, 조용히 나를 보며 접은 귀를 잠시 달싹여주는 걸로 아침 인사를 하는 소심이.- 두 녀석에게 오늘도 잘 놀아라 이따 돌아와서 맛난 거 줄게 하고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참 좋다. 이러다 일쑤 출근이 늦어지지만.
그룹명/졸리와 소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