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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06년 성지순례 19- 소쇄원 (광풍각)

by 소금눈물 2011. 11. 16.

06년 성지순례 19- 소쇄원 (광풍각)

04/01/2006 11:29 am공개조회수 1 0



여섯시에 문을 닫는다는데 소쇄원 도착하기도 전에 다섯시가 넘어버렸소.
열심히 가고는 있는데 정말 어찌 서울까지 도착할라나 걱정도 되고..
슬금슬금 저녁기운은 내려오는데 소쇄원 방향에서 나오는 차는 끝도 없이 막혀서 거꾸로 가고 있는 우리는 정말 조마조마해지오.
이거 이러다 정말 서울 가서도 차가 끊겨버리는 거 아냐?
연인낭 우짠대. 인천까지 가실라믄;;



드디어 소쇄원.
일박 이일 다녀오고 일주일 동안 주구장창 해먹은 후기가 마지막 여정에 도착했소.
벌써 구면이라고 반갑구랴.
땅거미가 서리기 시작하는데 아직도 손님들이 많구랴.



우리 윤폐인 다모의 시작...



차맛이 좋구나..
모처럼 한가롭게 차를 나누는 포장영감과 그가 가장 아끼던 사람들...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차 있어도, 아무리 다른 시공이라 하여도 소인 가슴의 초인종은 가만히 그에게로 가 떨리고 있소.



저는 이 장면에서 딱 꽂혀버렸다는 거 아니우.
부감으로 급속하게 떨어지는 첫장면에서 우와 얘네들 이거 뭘 만든거야 싶었다가 정신없이 앞대목이 지나갔는데 딱 여기가 닿으니까... 아 이사람들이다 싶어지는 거지!
그 따뜻하고 은근한 눈길... 두말할 것 없는 완벽한 신뢰가 이미 아우라로 드리운 저 남자와 여인네.
장금이하고 다모를 보면 기가 막히게 차이가 나는게요, 찻잔을 쥐는게 벌써부터 달라.다모에서는 한손을 받치고 차를 들잖아요. 장금이네 상궁언냐들은 무슨 차를 소줏잔 들듯이;;; 고증을 누가 했나 몰라도 다모는 정말 징그러울 정도야.
훈련도감 찾은 날 그때 의상 기억하우?
"대창의를 받아주어라" 하던 훈련대장의 대사. 대창의라니. 조선복색을 그렇게나 제대로 꼼꼼하게 그러낸 게 정말..
아 정말 그 모습 정말 이뻤어요. 종사관 정복도 이쁘지만 토포씬때 진짜 이쁘지 않아요?
그러게, 그 상황에서도 정말.. 아 우리 나으리 머리띠, 그거 경매했음 좋겄어.
종사관 정복은 불살라져서 없지...
아뉴아뉴 남았어요. 그거 다모 끝나고 다모소품들 전시할때 그때 봤어.
나는 엄하게 병택도령 갓만 남았네. 우쒸!! 하하하

나으리 옷만 이쁜가, 그때 손은 또 얼마나 이뻐 ^^
한참 말이 많았잖우. 중전도 탐내는 손. 중전 뿐이야? 상감도 잡아서 쪼물딱~^^



가만히 저 작은 정자를 바라보자니...소인의 눈 앞으로 그들이 가만히 걸어와 앉습니다.



기찰을 나가는 옥이가 문득 서서 도련님을 바라보던 옥이의 다리.
사람은 가고 없는데 맺힌 홍매의 꽃망울이 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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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찰 나가는 옥이가 바라보던 모습.
어젯밤에 단둘이 얼레리꼴레리 하면서 붙인 금창약은 아직 어깨에 남아있을 것인데, 아니 우리 도련님에게 답싹 달라붙어 앉아서 눈웃음을 치는 난희아씨를 보자니 웃자니 웃는 속이 말이 아니었을 옥이.
도련님 내꼬~ 나 없는 새 바람피면 가만 안둘꺼얌!!- 도장을 찍고 나서는 기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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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상 자주 있던 기찰이었으련만 기어이 몇걸음 마중나가서 마중을 하는 종사관과 그 종사관의 한껏 기꺼운 사랑을 안고 명랑하게 나서는 다모아이를 보면서.
그 애틋한 그들의 사랑 뒤로 이렇게 슬픈 꽃이 하나 고개를 꺾고 있었음을 그들은 몰랐겠지요.
그리고...



아이도 못 낳는 몸이 되어버린 옥이가 절망하면서 돌아오는 포청 후원.
종사관에게 청혼하는 그 모습을 보아버립니다.
차마도 안될 사람이언만, 그렇게 자르고 다진 마음이언만 ..하지만 이 운명은 나무나 가혹하고 모집니다.
기껏 살려놓았더니 산을 내려가자 장성백이라니!! 다모를 보면서는 옥이의 입을 쿵쿵 찧어주고 싶게 분노했지만 이때는 정말 그 아이가 너무나 가엾어서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습니다.
독하도다 운명이여....
또한...
그 아이에게만은 보여주고 싶지 않았을 이 모습, 난희아씨의 연모는 일찌감치부터 알았지만 모질게 내쳐오던 종사관. 그 아이의 본심에 자신은 없다는 절망을 이겨내기도 괴로왔는데..그래도 이 모습을 그 아이에게 보이고 말다니...
난희아씨. 이때 당신 정말 미웠소. 당신의 사랑은 알지만 저 두사람의 애련이 당신의 진정마저 모질게 느끼게 했다오.

여기예요? 아아 맞아 여기군. 이 냥반이 참 체통도 없으시지 훈련대장도 좌포장도 다 계시는데 옥이 보낸다고 또 쭐래쭐래 나오셔서 기어이 마중을 하시는 구만. 머 먼데도 아니고 가는 길이 바로 보이는데도. 암튼 눈치고 뭐고 감출 줄도 몰라;;

<- 사진 설명 - 도련님이 기찰나가는 옥이를 마중하며 서 계시던 자리에서 열심히 두리번 거리고 있는 윤방 낭자들>

윤방 낭자들의 모습이 아니 보이시오?
사진을 올리면 가만 안두겠다고 소인에게 어젯밤 무수한 위협과 회유의 압박이 밀어닥쳤소.
하여 그 위협을 이기지 못하고 기냥 설명으로 때우니 이 무지막지한 공작을 낭자들이 대신 애통해해주시오 ㅠㅠ



광풍각 위 제월당 언덕배기서 내려다 보며 찍겠다고 끙끙거리는 사이에 낭자들은 다 뿔뿔히 흩어지고 ;;



저 지붕골을 보고 있자니 손가락으로 도로록 긁어보고 싶은 ^^;;



광풍각 뒤 담장 산수유가 뻗어올랐소.
휘어진 붓끝으로 슬쩍 그리고 지나간 듯한 지붕선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번지는 노란 산수유꽃...
소인이 우리 고건축에 홀딱 빠지는 행복한 이유기도 하다오.
특별히 요란한 치장 없이도 저 바깥선의 부드러움이 자연과 슬쩍 걸쳐진 담담하고 고졸한 아름다움...



버선코가 살짝 뻗어나간 듯이 경쾌한 처마선.
거기에 점점이 뿌려진 매화.
소인의 사진술이 형편없어서 아름다움을 전하는 길이 없으니 애고....
홀린 듯이 지붕선만 보고 있었소.
꽃은 나무에 피고 공중에 피고 소인의 눈에도 연달아 피어나는 구려.


아이고 또 길어졌소 -_-;
제월당은 뒤로 넘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