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야 비로소 너를 부른다..
아침내 불던 바람, 포청 마당을 가로지르다 추녀밑에 낙옆만 떨구고 사라지는구나. 한번 목숨을 받고 태어나....눈물 많은 생애를 살다....사라지는 모든 것들......다 아프다.
나으리....가시고.....그리고 너도 떠나는 구나.너도 내 곁을 떠나는 구나....
내가 미웠더냐. 나으리를 뺏으려 해서....내가 서운코 미웠더냐.
차라리 말을 하지 그랬니. 나으리의 옆에 있고 싶다고, 있을 사람은 너라고 말을 해 보지 그랬니.
나으리의 사십 구제를 다 모시고, 아버지께서 일어나셔서 토포를 준비한다 했을때.....나는 네가 토포군에 끼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단다. 너만이라도 내 옆에 있어주기를 정말 바랬단다..
너는 나를 어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내게 넌......좌포청의 식솔도 아니었고, 마음을 갈라선 연적도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같이 바라본 불운한 여인네들이었지만 나는 네가 진심으로 좋았단다. 너와 더불어 따뜻하게 살고 싶었단다.
내가 나으리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왜 몰랐겠니. 네가 그 마음을 접을 수 없다는 것을 왜 몰랐겠니, 나으리와 너는 이미 한 얼굴의 사람이고 등 대고 돌아서도 이미 한쪽을 바라보는 한 몸이라는 것을 왜 몰랐겠니....
너무나 좋아한 두 사람이, 한쪽은 정인으로, 한쪽은 누이처럼 나를 만났구나. 나는 그 분을 사모해서 너를 버릴 수도 없었고, 너를 간직하기 위해서 그 분을 외면할 수도 없었단다....나는 약한 사람이라, 정에 약한 사람이라.....두 사람 누구도.....나는 버릴 수 없었다....그게 내 죄였단다....
너는 모르겠지. 네가 소요산으로 올라간 때, 나으리 파직되시고 나서 그분이 얼마나 앓으셨는지, 꿈결에도 너를 부르면서 흘리던 땀방울....나는 목이 메었단다. 이 차갑고 쓸쓸한 사람의 마음에 어떤 여인이 이리 슬프게 깃들어 누구 하나 열지못할 문을 만들어 닫았는가....나는 참으로 서러웠단다.
네가 돌아오지 않는 시간들이 길어지면서, 그분이 얼마나 후원을 맴돌았는지, 얼마나 오래 찬이슬을 맞으며 서성이셨는지, 그 아프고 아픈 마음을 너는 몰랐겠지....
너 역시 그랬겠구나...
네가 닿을 수 없는 마음을 홀로 울고 있을때, 나으리는 네 맘을 엿보지 못해 외로우셨구나, 너의 눈길이 당신으로 인해 젖어있음을 보지 못하시고 혼자 괴로우셨구나..
어쩌면...지상에서 가장 외롭고 추웠겠으나....또 지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따뜻했을 두 사람.....나는 지금 참 부럽단다. 이 세상, 한바탕 바람 다 지나고 따뜻하게 어깨를 기대며 걸어가고 있을 두 사람.....나는 참 부럽구나....이제는 내가 끼어들 수도 없을 그 먼 하늘가.....아무도 없이, 아무도 그분을 너의 종사관이라 하지 않고, 또 너를 천한 관비로 부르지 않고 이제는 둘이서만 참 따뜻하겠구나.....이제는 마음껏 서로에게 웃음을....보낼 수 있겠구나..
저 바람소리....포청을 맴돌아 후원을 적시는 저 가을 바람소리..
귓가를 적시다 다시 창밑을 흐르며.....
옥아....
너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 분의 사랑을 , 다른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수 없는 오롯이 한 개인 사랑을 그리 받았으니 너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옥아..
너는 참 외로운 사람이었구나..
그 서럽고 저린 사랑을, 보이지 못했으니....가슴에서 물기로 번져나오는 그 사랑을 .....저고리 끈으로 동여매며 감추어야 했으니....너는 참 외로운 사람이었구나...
하지만 어찌 그 마음을 그 분이 모르셨겠느냐. 위험을 무릅쓰는 고비마다 그 사랑으로 힘겨웠으니 그 분이 그 아픈 속을 모르셨겠느냐
감추어도 감추어도, 눈길에서 먼져 번지는 그 아픈 맘.....그 분이 이미 보시고 젖으셨으니....그 마음을 모르셨겠느냐....속절없이 먼저 쓰러지는 네 마음을 그 분이.....그 분이 어찌 모르셨겠느냐...
잊어라..
이 아픈 생은 다 잊어라
설운 마음들, 다 여기에 내려놓고 편히 떠나거라. 이제는 아무도 너희를 돌아보지 않을테니....마음껏 행복하거라...
미안하구나 옥아
내가 그 분을 사랑해서 너를 아프게 했다. 그 분이 어디를 보고 계신지를 알면서도 어린 마음이 그 분을 놓치 못해 너를 아프게 했고 그 분을 힘들게 했다....
용서해다오
지금은 이리 아픈 마음으로 너를 보내지만....우리 언젠가 다시 만나자. 그분을 아프지 않게 보겠다고 약속하마....이 마음 이 곳에 다 베어두고 떠나겠다고 약속하마..
잠시만, 지금 잠시만 그 분을 잊지 못해 아린 내 마음....잠시일 것이니 지금은 용서해다오...
옥아...
너는....이 눈물나는 전장에서 정말 이긴 사람이구나.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한 사내의 마음을 오롯이 가졌으니, 너는 진정으로 이긴 사람이구나...
돌아보지 말고, 한없이 고단했던 이 세상....돌아보지 말고
그 분을 따라 나서거라...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
옥아....
내 대신 그분께 인사를 여쭈어 줄 수 있겠니.이제는 쓸데없는 집착을 버렸다고, 닿을 길 없는 마음을 철없이 사모했던 이 마음을 버리겠다고...다만 말갛게, 말갛게 인사를 여쭈어 줄 수 있겠니.
....
그리운 사람들...
너희를 보내고....누굴 위해 차 향을 닦으리, 살아가는 내내 쓸쓸할 이 길....누구를 위해 밤을 맞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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