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배 <땅에 스민 시간전>

정말 꼭 보고 싶던 강요배 전시회.
들떠 기다리고 갔다오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이래저래 후기를 올리지 못했다.
아직도 감동을 고스란히 안고 있기도 하고 그림을 알지도 못하면서 내 입으로 무어라 떠드는게 우습기도 할 것 같고...




호박꽃.



마파람.



수선화.



서천.

이전에 화집에서 보고 좋아한 작품들이다.
제주의 역사와 이 땅의 민중들의 삶을 보여주던 작가.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누구라도 그 감동을 쉽게 잊지 못할 힘을 주던 이.



감자



무

학고재 화랑에 딱 들어선 순간.
아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퍼뜩 떠올랐다.
부드럽다. 부드럽고 순하다.
너그러워진듯도 하고 더 따뜻해진듯도 하다.

이런 <달라짐>을 나무낭 같은 이는 썩 반가워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꼭 변화나 변모를 말하지는 않는다.
깊어짐, 넓어짐, 그리고 포용하는 것.
나는 그것을 느꼈다.



신서란.

거친 파도가 치는 해변에서 휘어져 흔들리지만 뿌리는 튼튼히 내려있는 신서란의 모습.
거센 바람에 춤을 추면서도 결코 꺾이거나 죽지는 않는 저 모습.



용폭.

거센 물보라가 화면 밖으로 금새 터져 나올듯한 장대한 폭포.

그리고 따뜻하고 환상적인 별무리의 밤. 고원의 가을밤, 혹은 은하수의 길들...
어린 아이를 가슴에 안고 달밤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나하나 그 별의 사연을 들려주고 있는 것 같은 아름답고 따뜻한 동화같은 화면들.

우리 민화에서 차용한 듯한 그림들과 금강산의 모습들도 함께 모였다.
내가 알아온 강요배의 품이 얼마나 더 따뜻하고 너르게 넉넉해졌는지를 조금은 눈치를 챈 것도 같다.
아마 염료가 달라져서인지도 모르지만 .

행복한 나들이었다.
참 좋다. 좋은 그림과 함께 하는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