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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그녀는 다모폐인

상사화

by 소금눈물 2011. 11. 16.

12/19/2003 02:29 pm공개조회수 0 2




오늘은 뜰의 상사화 꽃이 졌습니다.
그예 지고 말았습니다.

꽃 지는 아침
찻물을 우리다 쓸쓸해집니다
그대와 나 같은 하늘아래 나서
나는 그대를 바라보고
그대는 다른 님을 바라보고
우리 서로 맺지 못하여 돌아섰건만
모질지 못하여, 미련하여
돌아서는 발걸음에도
님이여 눈물이 먼저 어립니다.

당신은 하늘의 사람
하늘의 사랑을 우리게 잠깐 보여주고
그대를 보내신 이에게로 떠났을 사람

담지 말아야 할 마음을 담은 죄로
품지 말아야 할 얼굴을 품은 죄로

잎 같은 나와
꽃 같은 그대 맺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고
이 생의 인연 이렇게 비껴갔으니
언제나 그대 떠나신 그림자만 보았으니

떠나고 난 뒤에도
보내지 못하고 다시 깊어지는 이 서러움
미안하다는 말씀에 다시 번지는 이 눈물

적막한 가슴에 다시 꽃이 집니다.
꽃물이 집니다.

님이여.

그대 먼 길로 일어서신 후
뒤에 남은 부질없는 회한도 다 안고 가신 후

서로 만나지 못하여 서럽고 아프던 마음들
어느 하늘 아래서 다시 풀리이까
님이 머물렀던 이 꽃자리에
뉘라 다시 들이오리까.

꽃이 먼저 질 것을.
잎이 오는 모습을 보지 말 것을.

어쩌다 그대를 알아버려
그대의 마음을 알아버려
떠나고 난 뒤에도 보내지 못하는 마음

꽃이 집니다.
꽃이 졌습니다.

아픈 이 생의 우리 인연
상사화.
그대와 나 비껴간 아픈 꽃
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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