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그날 그 시간 이후부터 못에 박힌 것처럼 절대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붙어있는데
벌써 세월이 두 해를 돌았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동안 흘린 눈물의 힘으로 일어서자 일어서자 다짐을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전 참 안돼요...
진영역에서 봉하 들어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 안이 꽉 차서 숨 쉬기도 어려운데 마을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길은 완전히 막혀버렸습니다.
버스를 포기하고 내릴까말까 일행과 소근거리는 사이, 들으셨는지 기사 아저씨께서 세워드릴까요? 하십니다.
저희 뿐 아니라 승객들 모두가 일제히 "예!!" 하십니다 ^^;
걷기로 마음 먹으니 오히려 홀가분합니다.
이 며칠 내내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를 보며 몹시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루는 봐 줄 모양이네요.
봉하 들녘에는 모내기 준비가 한창입니다.
재작년 이 길은 통곡의 길이었지요.
저 경계석위에 촛불이 가득 줄을 서서 우리와 함께 울었습니다.
작년 이 길은 회한과 분노의 길이었습니다.
절대 잊지 않겠다, 내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너희 뼈를 갈아먹고 살점을 뜯어먹겠다고 나는 가슴을 치며 울며 빗속을 걸었습니다.
오늘 나는 타박타박 걸으며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처음 그 사람을 알고 사랑하고 마음에 품고 함께 걸어온 그 시간들을 생각합니다.
힘들고 고단한 순간도 많았지만.. 참 좋았습니다.
좋아할 만한 사람을 좋아한 것이, 그 사랑의 기억이 나는 참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오늘은 너무 울지 않으려 합니다.
너무 많이 울면 마음 무거워하실지 모릅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찾아와 이 작은 마을 마당에 우리 함께 있으니 우리 모두 한 마음이니 내 슬픔도 내 죄스러움도 오늘은 조금 숨기고 감추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통령님.
대통령님은 이제 절대 더 늙지 않으시네요.
이제 정말 청춘이 되셨어요.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생각하면 저 때가 제 생에 가장 빛났던 청춘이 아니었나 합니다.
꿈을 만들고 그 꿈을 현실로 이루던 벅찬 기쁨과 행복, 당신이 있어 나도 참 좋았습니다.
내 희망의 증거가 당신이었습니다.
잘... 계신가요?
이젠 그 무거운 짐 내려놓으시고, 그저 잠잠히 당신들의 나라를 내려다보며 빙긋이 웃고 계신가요?
이젠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힘들고 고단했던 두 분의 짐, 이제 우리가 맡았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두 분을 생각하며 살겠습니다.
가신 그 길을 생각하며 스스로를 닦고 깨어있으려 애쓰겠습니다.
왜 이렇게 나는 바보가 되어버렸을까요.
눈물이 멈추지가 않아요.
도무지... 괜찮아지지가 않아요.
묵념이 아니고 그냥 밝게 웃으며 인사드릴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렇게 환하게 웃어주실때, 손을 흔들며 웃어주시고 하트를 날려주실때 그때 저 자리에 저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언제든 그렇게 계실 줄 알았지요.
세상이 조용해지면 그때 찾아뵙고 좀 더 친한 척 해드리겠다고 야무진 꿈을 가졌었는데요.
조금씩 뜨거워지는 지열을 뚫고 생가 앞 텃밭에 곱게 꽃들이 피었습니다.
토담을 따라 핀 꽃길에 햇살이 눈이 부십니다.
참 좋은 오월입니다.
생가 마당에도 손님들이 가득합니다.
안녕하시지요?
먼데서 찾아와 또 이렇게 먼 발치서 인사를 올립니다.
건강하세요.
저희들의 바람은 오직 이 뿐입니다.
뉘라서 그 빈 자리를 채우고 덥혀주실까마는, 그래도 우리 마음을 다 아시지요?
건강과 평안을 마음 다해 기도합니다.
함께예요 여사님.
결코 혼자가 아니십니다.
우리 똑같이 여사님과 함께 이곳에 마음을 두고 살아간답니다.
그러니.. 부디 기운내어 강건히 지내주셔야 합니다.
저기 어디쯤에서 환하게 웃으며 걸어나오실 것만 같은데...
유역 위로 지나가는 전선이 참 많구나..
마음 한 구석에 그늘이 지나갑니다.
그래도 당신을 찾아오는 이 많은 발걸음과 그 발걸음이 실어오는 마음들이 일 년 삼 백 육십 오일 가득하니 외롭지 않으시지요?
늘 당신의 국민 옆에서 함께 하시던 분이시니 이 번잡이 싫지 않으시지요?
제 가슴의 대못처럼, 비문처럼, 다짐처럼 서 있는 저 바위는 여전하고.
저 하늘 어디쯤 당신의 얼굴도 우리를 내려다보며 계실 듯 하고.
끊이지 않고 물결처럼 밀려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자바위는 묵묵히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묵념을 올리려고 기다리다 멈칫합니다.
바로 제 앞에 계시던 할아버지.
거동이 불편하신 듯, 따님으로 짐작되는 분의 부축을 받아 서시더니 힘겹게 두 번을 절하셨습니다.
잠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그 잠깐의 정적이 제 가슴을 쿵 울립니다.
죄송스러워 바로 뒤에서 사진기 셔터를 누르지 못하고 엇갈려 꽃다발을 찍으려다 할아버지의 옆모습이 찍혔습니다.
봉하에 오면 연로하신 분들의 조문은 왜 이렇게 가슴이 아리고 더 고마운 걸까요.
젊은 사람들에게서보다 덜 사랑을 받았다고, 더 이해받지 못했다고 저 혼자서운했던 마음인지 각별하게 더 고맙고 눈물이 납니다.
무리지어 오시는 단체도 오늘은 아주 많은가 봅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저는 앞으로 나서서 무언가 싸우며 달려가는 사람은 못되지만 옳은 뜻을 위해 기꺼이 작은 손 하나를 보탤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그리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지켜주세요.
그리고 저희도 당신의 뜻을, 그 말씀들을 지킬게요.
꼭 지켜드릴게요...
바닥돌을 따라 읽으며 여지없이 눈가가 펑 젖어듭니다.
견디려 하는데... 정말 이겨보려 하는데 아직도 너무 힘이듭니다.
너무 밉고 너무 싫고... 이 원한에 내 심장이 타들어가버릴 것만 같은데도 용서가 안되요.
산 사람의 얼굴로 보아질 것 같지 않아요.
눈물을 쏟으며 박석길을 따라 걷습니다.
오월은 이제 어쩔 수 없이 나에겐 눈물의 날들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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