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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09년 5월 27일 서대전광장..

by 소금눈물 2011. 11. 14.

05/27/2009 10:28 pm공개조회수 0 1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142241&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1&NEW_GB=

정말로 지칠법도 한데 억지로 몸을 끌고 일하면서도 그래도 집으로는 가지 못하겠으니 참 이상하죠.
장례날짜가 다가올수록 오히려 더 초조합니다.
이렇게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 너무나 아깝고 미안해서...

친구들과 약속한대로 오늘도 광장에 나가 줄을 섰습니다.
어제보다 이른시간인데 줄은 훨씬 뒤로 가 있습니다.
오늘은 추모제가 열린다고 합니다. 광장 한쪽엔 만장도 깔리고 방송준비가 분주한 무대도 있습니다.

어제처럼 깊이 고개숙여 두 번 절을 하고 일어나는데 옆에서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 울음에는 이제 익숙해질법도 하건만 아직도 고개를 들지 못하겠습니다. 목이 뻣뻣하고 눈이 따갑습니다.

초끼우기를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가보니 그건 벌써 준비가 다 끝나고, 노란 리본팀이 바빠보입니다.
친구들이 올 동안, 리본자르기를 하다가 얼결에 리본책상을 물려받았습니다.

아기를 안은 젊은 아빠와 엄마, 노부부, 교복차림의 학생들, 모두 펜을 받아들고 한참 고심하다 써내려갑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늦게 알았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곳으로 가세요.. 사랑합니다.

뒤늦은 회한과 그리움과 미안함이 모두의 가슴에 이렇게 남았군요. 어쩌면 그 한숨과 그리움은 우리 모두 똑같이 가진 것입니다.
저도 모르게, "어쩜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이지요.." 자꾸 중얼거리게 됩니다.

"노무현 할아버지 사랑해요. 거기서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삐뚤빼뚤 써내려가는 아이들, "죄송합니다. 천국에서 편안히 쉬세요." 아니 초등학교 어린 꼬마가 대통령님께 무슨 죄송한 일을 하였을까요. 대통령이 누구인지, 그분이 무슨 일을 하는 분인지도 몰랐을 아이들이, 부모님이 내쉬는 한숨소리를 들으며 막연하게 그 미안함과 슬픔을 자기것으로 받아 그렇게 써주는 것이겠지요. 빙그레 웃다가.. 자꾸 눈물이 고입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의 무력함이 당신을 그렇게 가시게 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보세요.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이 넓은 광장에 모여 당신의 생전의 육성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굽은 허리를 간신히 부축받아가며 지나가시는 할머니부터, 서툰 글씨로 당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유치원 아기들까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마지막은 쓸쓸하였겠으나 당신은 결코 실패한 지도자는 아니었습니다.

내일도 다시 광장에 있을 겁니다.
쓰레기를 줍든, 리본자르기를 하든, 아니면 아이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촛불을 이어붙여주든, 당신이 머무시는 이 며칠, 이 눈물겹도록 짧고 소중한 며칠만이라도 저는 광장에 서서 당신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위안받으렵니다.
저 슬픔속에 나를 녹이고, 저 서러움속에 내 눈물을 함께 실으며 나와 꼭같은 모습으로 마주서서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의 얼굴 속에서 당신을 찾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