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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얼결에 촛불자봉을 하고 왔습니다.

by 소금눈물 2011. 11. 14.

 

05/26/2009 09:40 pm공개조회수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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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동료들과 지인들이 요즘 저를 두고 걱정을 좀 합니다.
짐작하다시피.. 상태가 많이 안좋습니다.
이후로 무엇을 넘기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이룹니다.
억지로 누웠다가도 가슴에서 불덩이가 치밀어올라 벌떡벌떡 일어나지요.

이러니 일해야하는 낮에도 정신이 몽롱하고 그나마도 날마다 모니터에 코를 박고 훌쩍대고 있으니 뭔 사람꼴이 나겠습니까.
어지럽고 피곤하고 나른하고... 속에서 무엇이 올라와 먹은것도 없이 구토질을 하며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봉하 다녀온 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분향소에 나갑니다.
나가서 딱히 하는 것도 없습니다. 줄서서 절하고, 울고, 분노하고.. 우연히 마주친 옛친구들 만나서 한숨으로 땅을 파고.. 또 그러다 울고 분노하고.. 휘청대며 집에 오고...

참말로 한이 저를 삼키게될까 겁이 납니다.
저는 아무래도 좀 더 강단지게 살아내야하는데 말이지요. 제가 보고 싶은 꼴을 직접 목도하기까진 발버둥치며 살아남아야하는데요.

오늘은 더 못견디겠다싶더군요.
교통비쓰는 걸 수표쓰는 것보다 무서워서 벌벌 떠는 제가, 오늘은 제 입으로 안되겠다 오늘은 지하철 타야겠다 하고 왔습니다.
(저는 교통비를 아껴서 꽤 모으고 있습니다. 그거 모아서 빌딩 사서 기어코 종부세 받아먹을 생각입니다 -_-;)

오는데도 어질어질, 휘청휘청, 아무래도 억지로라도 무얼 삼켜야지 이러다 장례보기도 전에 눕겠다 싶어지더군요.

그런데 집에 와서 한숨 돌리려니 웬수같은 친구들이 또 전화질을 합니다.

"어디야? 우리 지금 모여서 조문하러 가는데"

네. 분향소가 하필 제 집 근첩니다 -_-;
나가야지요. 암요.

유해가 이땅에 머무시는 동안, 아직 제가 마시는 공기가 그분 이마를 떠도는 동안만이라도 빠지지 말고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마도 보내드리고 나면 그 허전함으로 더 휘청이고 감당을 못할 것 같아 두렵습니다. 그때 공허함에 미쳐버릴걸 생각하면 지금 이 며칠이 눈물나게 소중하고 시간시간이 고맙습니다.

며칠사이 3kg가 빠졌습니다.
고마운 노짱 ㅜㅜ 날마다 성화였는데 제 넘치는 중부지방을 줄여주시는 은혜까지 주시는군요.
퀭한 꼬라지를 본 친구, 혀를 차며 "괜히 불렀다"합니다.

그러면서도 마주보는데, 누가 무어라고할 것도 없이 눈물이 핑 돌고 맙니다.
오심즉 여심, 내 맘이 너의 맘이다.. 우리 다 한 마음이지 않니.
저녁바람에 무수히 나부끼는 노란 리본들 아래서 고개를 떨구고 또 그렇게 눈물바람을 합니다.

분향소에 대기중인 줄이 날마다 더 길어집니다. 흐뭇하고도 고마워서 다들 눈물이 마르지도 않은 얼굴로 미소를 짓고 바라봅니다.
잔디밭 한구석에 앉아 울분을 토하며, 욕 반, 눈물바람 반- 한참 열을 내는데, 어느새 저녁이 기울어가는데도 촛불이 등장하질 않네요.
한 둘 보이긴 하지만 이상합니다 오늘.

진행석으로 가서, 오늘 촛불 자봉이 부족하느냐 오지랍넓게 여쭈었습니다.
초가 아직 안왔답니다. 네 시에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아 장례위 맡으신분들도 속이 타는가 봅니다.
"저.. 그럼 급한대로 저희가 구해볼까요?"
"주문했으니 금방 올텐데요."
"아니 뭐 남으면 오늘도 내일도 쓰실거잖아요."
"그렇긴 하지만.."

가자!!

마침 옆에 있는 커다란 마트로 여자들 셋이 쌩 날랐습니다.
초, 어딨냐, 어디냐!! 간첩 색출하는 뉴라이트 심정으로 (아 증말 걔들 막 이해됐다!!) 마구 뒤져서 매대에 있는 초, 몽땅 쓸어내렸습니다.
뭔 초를 그리 사느냐, 판매원이 눈을 동그렇게 뜨는 걸
"저.. 저기 분향..광장.."
어버버;;;
금새 고개를 끄덕이며, 아 분향소.. 하시며 웃더군요.

퇴근하시며 꼭 들러주십사고 말을 .. 못하고 (-_-;) 초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광장으로 바람같이 날랐습니다.
정말입니다. 사실 저는 지갑이 없었는데 돈 계산 하는 후배를 계산대에 동댕이를 치고 되는대로 가슴에 가득 안고 마구 뛰었습니다.

"초 왔어요!!"

어디서 날아온 아줌니인가 어안이 벙벙하셨지만 저는 뭐 원체가 얼굴이 쪼큼 두꺼워주시는고로 이내 껴들어서 초를 종이컵에 끼우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또 촛불집회 이력은 어지간히 되는고로 초끼우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닙니다 ^^v (고맙다 당나라당아~)

그럴려던게 아닌데 얼결에 자봉이 되었네요.
그러는사이 정말 주문했던 초들이 도착을 했고, 아예 엉덩이를 풍덩 깔고 정신없이 끼우고 건네고 끼우고 건네고- 하다보니 상자에 쌓이고, 이번에는 그걸 들고 "초 필요하신 부운~" ..

 

 


정신없이 끼우고 불을 붙여드리고 다시 나눠드리고- 하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 넓은 광장이 온통 촛불을 든 사람들로 환하게 빛나고, 그 줄은 광장을 한바퀴 돌고 있더군요.
무언가 울컥 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받아가시면서 꾸벅 인사하시는 분들, 왜 고마운지, 저 진짜 아무것도 아니고 얼결에 휩쓸려들어온 조문객인데요, 말도 못하고 입이 벌어집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오늘은 요만큼 하고 내일 또 나오리라 다짐합니다.

낼 퇴근하면 바로 들르겠다고, 내일 뵙겠다고 인사를 하고 광장을 나왔습니다.

아, 또 휘청합니다.
그래, 나 오늘 상태가 참 안좋았지. 그렇군! 그제서야 어질합니다.


유족들도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계시겠지요.
저같은, 아무것도 아닌 이들도 이렇게 절통하고 가슴이 막힌데 그분들 심정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쌓인 한도 설움도 터질것 같지만, 그래도 보내드릴 시간까지 우리는 참고 견뎌야겠지요.

촛불을 들고 긴 줄을 이루고 있는 시민들, 간간 조용히 흐느끼는 소리를 들으며 돌아섭니다.


이 모습.. 보고계세요?
당신은 이렇게나 우리에게 소중하고 고마운 분이었음을, 알아주시겠지요 이젠?

죄송합니다. 참 죄송하고 못난 국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사랑했습니다. 참 고마웠습니다 대통령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