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일리아드 #아킬레스 # 오딧세이아 # 매화서옥도1 2. 친구 가진 것도, 자랑할 것도 별로 없던 유년의 내게 아마도 남보다 조금 더 주어진 것이라면 역시 책이었을 것이다. 우리 마을엔 내 또래도 없었고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친구라고는 책뿐이었다. 그 시절,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는 아이들이 읽을 만한 책이 그리 많을 리가 없지만 문자로 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어댔다. 그 맹렬한 욕망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처럼 내 목을 졸랐다. 글자를 깨치고 교과서를 맨 먼저 읽어버렸고 (얼마나 읽고 또 읽었던지 아직도 초등학교 몇 학년까지의 국어책은 문장 그대로가 떠오른다, ‘햇볕 따뜻한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노랑병아리 한 마리가 농장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식의.), 그 다음에는 다섯 살 위의 오빠 교과서를 읽었고, 그 다음에는 집안에 굴러다니는 ‘농민신문’과 월간.. 2020. 10.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