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 "제가 바로 (말을 더듬는) 장애인입니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되는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의 글이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다.
화제의 발단은 지난 23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평소 말을 더듬는 오 장관을 겨냥해 우회적으로 인신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한게 알려지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해당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댓글이 2천개 넘게 올라왔고, 오 장관(cyworld.com/okbabe)과 해당 국회의원의 홈페이지에는 격려와 비난의 글이 엇갈렸다.
이 과정에서 한 누리꾼(네티즌)이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19일 오 장관이 해양부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찾아내 이를 게시하면서 오 장관의 글이 사이버 공간에 회자됐다.
"여러분(해양부 직원)과 저의 간격을 조금이나마 좁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라고 작성경위를 밝힌 편지에서 오 장관은 "장애인이면 누굴 떠올리십니까? 멀리서 찾을 필요없습니다. 제가 바로 장애인입니다"고 운을 뗐다.
오 장관은 "저는 말을 더듬습니다. 물론 장애 축에도 끼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보실 분들도 있습니다만 의외로 말을 더듬는 사람들은 사람 대하는게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고 토로했다.
"군대생활은 잘할 수 있을까", "직장에서 업무보고는 잘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멋지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등이 두려움의 내용이라고 밝힌 오 장관은 "그런 생각 때문에 더 더듬게 되더군요"라며 `고충'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저는 해군장교로 군복무를 무사히 마쳤고, 누구보다 아름다운 여인을 반려자로 맞았고, 지금은 장관이 됐습니다"면서 난관을 극복하는데 남다른 고충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그러면서 오 장관은 "얼마전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말더듬는 여대생이 해양부의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를 보고 `말더듬이도 장관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글을 보고 참 기뻤습니다"고 일화를 전했다.
하지만 오 장관은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장애론'을 설파했다.
오 장관은 "우리 개개인, 우리 조직에는 어떤 장애가 있는 것일까요"라고 반문하면서 `소통의 장애'와 `자신감의 장애'를 치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통없는 조직은 조직원들간의 단절로 인해 `합리'는 사라지고 `독단'과 `차별'이 지배하게 된다"면서 `더 많은 소통', `새로운 소통의 구조'를 통해 해양부를 소통이 잘되는 구조로 만들어보려 한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오 장관은 "요즘은 뚱뚱한 것도, 키가 작은 것도, 눈이 작은 것도, 얼굴 못생긴 것도 장애로 여기는..(중략)..자신감 상실로 인한 인명사고를 보면서 자신감 상실의 위험성을 느낀다"고 염려했다.
이어 오장관은 "자신감 회복이야말로 해양부가 바꿔내야 할 큰 과제"라면서 "해양부가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가 누구던지는 관심없다.
그러나 그가 남보다 신체적인 어떤 약점으로 조롱당하는 것은 정말 가슴 아팠다.
얼마 전 국정감사뉴스를 보면서 그의 말더듬을 조롱하고 웃음거리로 삼는 국회의원을 보면서, 참 못났구나.. 참 못났구나... 생각했다.
나는 말더듬이는 아니다.
하지만 말더듬는 이들이 가진, 남모르는 고통을 모른다고 해서 그것이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다른 이보다 달리기를 너무 못해서 고등학교때까지 내내 너무나 괴로왔다.
달리기 뿐인가. 모든 체육종목에 나는 젬병이었다.
나보다 공부를 못하고 눈에 띄지 않는 친구들이 체육시간마다 펄펄 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자존심 상했고 체육시간이 너무 끔찍했다.
전체학생들이 모두 쳐다보는 가운데 뛰어야 하는 운동회는 죽기보다 싫었다.
체력장 테스트가 너무 싫어서 시험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나에게 모자람이나 넘침 없이 골고루 나누어주신 뜻 아니었겠는가.
나보다 공부를 못한다고 다른 친구가 나보다 못난 인간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나보다 공부를 더 잘한다고 월등한 인격은 또 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운동을 못하듯 누군가는 좀 더 나은 신체조건을 가질 수도 있고 명석한 머리를 타고났을 수도 있다.
운동신경이 둔하다거나 남보다 덜 명석하다는 것은 장애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장애라고 보통 부르는 것은 건강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렵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또 누군가의 약점으로 내 장점을 누린다는 것은 더 부끄러운 것이지 않겠는가.
따지고 보면 심신이 건강한 것은 자신의 덕보다는 부모의 덕이나 사회의 건강인 경우가 더 많다.
장애를 원해서 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 장애를 가진 이들이 단지 그 이유로 조롱받을 아무 이유도 없다.
자신의 인품이 부족함을 스스로 떠드는 꼴인 것을...
다른 이들에 비해서 몸이 자유롭지 않거나 마음이 약하거나 혹은 그 기능들이 다른 이들보다 떨어진다고 해서 그 사람값까지 모자라다고 누가 말할 수 있던가.
저런 이들이 남의 머리위에 올라앉아 큰소리를 치는게 참 끔찍하다.
인간아.. 인간아....
자신의 노력으로 갖지 않은 은혜를 감사로 생각하지 않고 그걸 갖지 못한 이를 웃어대는 당신..
불쌍하다..
참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