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도 더 전에 주위에 이렇게 꼭 닮은 얼굴이 있었다.
도박으로 점철된 인생, 월급을 받아 쥐기도 전에 진을 친 빚쟁이들에게 뺏기고 어린 아들은 현관에 기한이 지난 수업료 고지서를 들고 서 있게 하던 인물.
청소아줌마에게 담뱃값을 빌리던 그 비굴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는 퇴근시간이 되면 바로 도박장으로 가서 다음날은 세수도 미처 못한 퀭한 얼굴로 나타나곤 했다. 어디 있을까. 지금은.
정년퇴직이 가까워오는 나이에 집한칸 없이 빚쟁이에 쫓기면서도 어젯밤의 무용담을 자랑하던 그 사람.
얼굴에 표정이 없다.
눈앞의 사물이나 상대에게 눈을 주는 게 아니라 자기안에 매몰된 모습이다.
지치고 초라하다.....라는 말보다, 한가지에 몰두해 나머지 세계는 다 잃어버리고 낡은 껍데기만 남은 얼굴이다, 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초점을 잃고 무심히 응시하는 눈.
흰 머릿수건 밖으로 삐져나온 백발.
낡고 초라한 웃옷.
소매를 걷어보면 굵게 뒤틀린 손가락이 늘어뜨려 있을 것 같다.
구부정한 얼굴로 화폭 앞에 앉아 있지만, 마지막 붓질이 끝나기도 전에 사례금을 낚아채어 다시 카드를 쥘 것 같은 얼굴.
아...
이런 얼굴은 정말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