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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함께 가는 세상

시장님, 안녕히 가세요.

by 소금눈물 2020. 7. 10.

2.000년 참여연대 낙선운동이었던가.

내 삶속에서 사회 구성원의 일부분으로 내가 가진 사회의 몫만큼 움직이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고아후원이나 장기기증, 시신기증은 사회에 나오면서 바로 시작한 일이긴 했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물속처럼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기만을 바라던 사람이었으니 사실 평생 내 코앞의 밥상이나 생각하며 그리 살았을 것이다. 박원순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에는.

 

낙선운동을 지켜보며 내 삶이 결코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아니 사회의 그 누구도 그 자신의 삶이 정치와 떨어질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쓰레기 같은 정치가’들이 사회를 좀먹으며 잘도 살아가는 걸 한탄하고 욕만 하며 살아서는 안 된다는 걸 그때 배웠다.

 

며칠을 지긋지긋한 불면으로 괴로워하면서, 어제 저녁엔 두통이 너무 심해서 퇴근하고 캔 맥주를 하나 마시고라도 일찍 자보려고 했다. 그러나 초저녁부터 들이닥친 날벼락으로 밤을 아주 꼴딱 새버렸다. 생각하고 싶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다. 뉴스 창은 닫아버렸다.

 

구구절절이 그를 위로하고 아픈 마음을 이어가고 싶은 기운도 없다.

 

내가 처음 만났던 사회운동가, 존경하던 정치가, 미래를 기약하고 기다리던 후보, 내가 처음으로 정치후원금을 냈던 사람. 그 사람 박원순.

 

그런 사람을 이렇게 어이없고 속절없이 보내야 하는 게 기가 막힌다.

참 열심히, 멋지게 살았던 남자 박원순.

그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던, 누군가 어떤 잣대로 그의 삶을 재단하여 뭐라하던 나는 그가 우리에게 끼친 그 행동의 힘과 가르침에 감사하고 존경하며 그를 기억할 것이다. 보잘것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도 허용해준다면, 나 같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자격이 그에게는 이미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가 없었다면 촛불혁명이 지켜질 수 있었을까.

세계가 바라보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있었을까.

 

메르스때 정부와 맞서 온 힘을 다해 시민을 지켜주었고, 온 세계가 떨고 있는 이 코비드 시대에 맨 앞에 서서 서울을 지켜주었던, 정말로 잘 싸워주었던 장수를 잃었다. 애통하면서 정말로 걱정이 된다.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퍼지자마자 제일 먼저 장례식장으로 달려가 중계방송하던 그 개새끼들의 웃음도 나는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역사에 티끌만큼도 도움이 안 되었던 (저런 꼴로 삶을 살지는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로서는 모르겠다) 쓰레기같은 것들이 유툽 챗으로 돈을 끌어모으는 꼬라지를 나는 치를 떨며 본다. 노무현을 죽이고 조국을 망가뜨린 저 벌레들.

 

서울시장의 자살을 몇날 며칠 도배하고 중계방송하며 희희낙락할 바다건너 일본과 이 땅에 기식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기사를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으로 역시 괴롭다.

 

너무 많이 잃었다.

나는 상처가 너무 크다.

오늘 출근하면 동료들이 제발 이 일을 내게 물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이해할 수 없는 기사들에 대해 내게 해석해주길 바라니 피할 수 없겠지만 오늘은 정말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지만, 비 내리는 이 새벽에 조용히 고개숙여 당신을 보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고통스럽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영원히 제 마음속에는 정말로 멋졌던, 우리들의 촛불바다를 만들어주셨던 서울시장님으로 기억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