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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했던 2019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연초 들어서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 들락거리다 이상한 복통으로 CT를 찍어보게 되고 그 이후로 난장판 -
열 몇 명의 의사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며 봄이 지나고 사직서를 내고 유럽을 돌고 와서 어째어째 복귀, - 하자마자 한달도 안되어 골절.
-수술 - 산재 넉 달 판정 - 에라 모르겠다 집에서 살이나 열심히 불리면서 집도 고치고 북적거리고 다니고 있다.
요즘은 오전에는 운전학원에 가고 돌아오자마자 점심먹고 치과로 정형외과로 돌아다니면서 복귀 전에 미리미리 망가진 데를 손보고 있는 중.
넉 달 쉬면 굉장히 여유 있을 줄 알았더니 그렇지도 않다.
캐스트하는 바람에 두 달은 운신도 못했고 캐스트 풀자 마자 도배며 집 손보기로 정신 없었고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부랴부랴 생각도 못한 운전학원으로 더 바쁘다. 내가 할 수 있을라나는 모르겠는데 지금 아니면 진짜 배울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기회다 생각하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 -그러나 역시 생각대로 내 운동신경은 썩 신통치 않다. 면허를 딸수 있을라나 모르겠다 ㅠㅠ 그냥 조그만 경차 하나 몰고 주말에 호젓한 교외나 다니고 딱 그 정도면 좋겠는데. ㅜㅜ
몰랐는데, 내가 진짜 주부체질이었나보다. 집안에서 노는 것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가! 어플 찾아서 맘에 드는 가구 구경하고 액자 고민하고 그러면서 하루종일 논다. 아침 꽃시장 가서 꽃도 사다 놔 보고 냉장고에 과일도 열심히 채우고.
생산적인 일은 1도 없이, 진짜 버는 것 없이 열심히 돈 쓰고 다니는 일이 이렇게나 즐거울 수가 있다니. 가끔 들르는 직장에서 이런저런 트러블 하소연을 듣다보면, 복귀하는 일이 별로 기대가 되지도 않다. 28년이나 해왔으니 지금 어떤 꼴일지 안 봐도 선해서 ㅜㅜ
에혀... 돈 없이 백수는 정말 고단하지만, 먹고사니즘의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진짜 놀고 먹는 일이 이렇게나 행복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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