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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규장각

2015. 08.14. 창경궁 밤나들이-1

by 소금눈물 2015. 8. 28.

 

 

창경궁은 나이든 세대의 기억속에서는 '창경원'으로 더 익숙한 이름이지요.

일제가 저지른 다 셀 수도 없는 만행 중에서, 한 나라의 궁을 원숭이가 뛰는 동물원으로 만들어버린 짓은 정말...-_-;

모욕당하고 말살된 민족정기와 짓밟힌 역사가 바로잡히지 못하니 지금의 이 꼴이 과거를 다시 불러올까 정말 두렵습니다.

 

창경궁은 전란이 많았던 조선역사에서 크게 주목받은 법궁이 되지 못했습니다. 조선 다섯 궁궐 중에서 다른 궁궐이 모두 남향인데 비해, 이 창경궁만은 풍수지리의 이유로 동향으로 지어졌습니다.

세종대왕이 상왕인 태종을 모시고자 1418년에 지은 수강궁이 그 전신입니다. 이후 성종 임금 대로 와서 세조의 비 정희왕후, 덕종의 비소혜왕후, 예종의 비 안순왕후를 모시기 위해 명정전, 문정전, 통명전을 짓고 창경궁이라 명명했지요.

 

옆에 붙은 창덕궁의 별궁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창경궁이 규모가 크지도 않을 뿐더러 용상의 임금보다는 그 가족들이 주로 머무른 여성적인 공간이기도 했기 때문이지요.  조선의 다른 궁궐들 중에서도 유독 이 창경궁은 사연이 많습니다. 임진왜란때 전소되기도 하고, 숙종의 왕비들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고 사도세자와 정조가 태어나 자란 곳이기도 합니다.


원래 궁의 규모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전각도 많지 않고 이 전각의 목재들이 저 궁궐의 다른 전각들에서 옮겨오고 또 나눠주고 한 것들이 많아 원래 모습을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이 창경궁에서 제게 가장 중요한 의미는 바로!!

내 사랑 정조의 공간들이었다는 거!!

 

그 이유 하나로 미친듯이 달려들어 득템한 창경궁 밤나들이 이야깁니다.

창경궁 밤나들이 티켓을 구하려고 모니터 앞에서 긴장백배로 대기하다 미친듯이 달려서 얻은 표. ^^

전원이 매달려서 결국 다 획득.

 

- 이모님과 향기꺼까지 득템했는데 이 잉간이 튀는 바람에 두 장이 하늘로 ㅠㅠ

 

 

 

 

밝은 낮이었으면 꼼꼼히 돌아보고 좋았을텐데. ㅠㅠ

 

사실 다녀온 지도 너무 오래 되었고 기억조차 흐려질 지경에 이르러 그냥 사진으로 다 땜빵합니다. 으윽;

 

옥천교를 건너 드디어 명정전 뜰로 들어갑니다.

 

 

 

 

 

명정전 명정문에 이르렀습니다. 창경궁의 정전인 명정전은 국보 제226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달빛속에서 거니는 궁궐 나들이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날씨가 협조를 안 해주네요 ㅜㅜ

 

 

 

 

티켓의 난을 뚫고 안착한 손님들도 궁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품계석 사이를 고요히 거닐어보고 싶었던 건 그냥 꿈으로만. ㅜㅜ

 

원래 저 삼도 위, 왕도로는 통행을 삼가야 하나 ...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봅니다.

 

 

 

 

 

지금은 젊은연인들이 행복한 추억을 찍는 곳이지만, 여기에서 오가던 옛사람들의 숨결과 그들을 그렇게 살게 한 정치와 가치관의 소용돌이들을 상상하니 이 품계석 사이의 사연들이 파란만장한 상상으로 떠 오릅니다.

 

저 작은 돌비 아래 섰던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전각 앞에 서 있는 이 월대는 너른 앞 마당과의 사이에서 시야를 일차로 차단하면서도, 대소신료들을 눈 아래 굽어보던 지존들의 자리기도 하였으며 궁궐 행사에는 선녀같이 아름다운 이들이 춤을 추는 무대기도 하였습니다.

국청이 벌어질 때는 이 월대 아래가 피로 얼룩지기도 하였겠지요.

 

 

 

 

월대로 올라가는 사이 계단 중간에 있는 답도입니다.

우리나라는 봉황, 자금성 월대에는 이와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엄청나게 큰 용이 새겨진 답도가 있습니다.

 

 

 

 

위압적이거나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조선 왕궁의 석물들은 이렇게 유머러스하고 따뜻합니다.

 

 

창경궁 명정전에 임금이 임어했던 곳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봅니다.

법궁을 오래 유지했던 다른 궁궐들에 비해 그 시간이 길지는 않았겠지요.

 

 

 

명정전은  정면 5칸 60.4척, 측면 3칸 32.28척에 단층 팔작지붕에공포(慊包)는 다포(多包)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평면은 정면 5칸, 측면 3칸이며 후면에 따로 지은 툇간(退間)이 부속되어 있다. 기단(基壇)은 이중기단으로 이 기단은 지세에 따라 3면에 적석(積石)을 한 것으로 전면의 중앙과 북쪽 중앙에 화강석의 계단이 시설되어 있다. 계단 중앙에는 쌍봉(雙鳳)을 부각(浮刻)하였으며 기단은 장대석(長臺石)을 쌓았고 난간은 설치하지 않았다. -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어려워보이지요? ㅎㅎ;;

 

궁은 임금님과 왕비님, 그리고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곳이지만 이들을 보살피는 사람들도 당연히 살았지요. 궁인들 중에는 상궁, 나인들처럼 평생 궁 밖을 나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고, 내관들처럼 궁 밖에 처소를 두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궁궐 가기 전에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이 궁궐의 주인이 머물렀던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 것입니다.

궁의 전각들은 그곳에 머무르는 주인들의 지위에 따라 처소의 이름들이 달라진다고 이 폴더에서 말한 적이 있지요.

임금님과 왕비님이 어느 곳에 머물렀던가를 찾으려면 전각의 이름에 <전>이 붙은 곳을 찾으시면 됩니다.

 

명정전이라 이름 붙었으니 당연히 이곳은 임금님이 머무르던 곳이겠네요.

 

 

 

 

 

머무르고 살았던 이들의 흔적이 오래 전에 끊어졌으니 윤기도 사라졌지만

일월오봉도가 옥좌 뒤로 펼쳐진 것을 보니 이곳이 편전임을 알겠습니다.

 

 

 

 

편전 천장에 매달린 닫집입니다.

후레쉬를 터뜨릴 수 없어, 설치한 조명에만 의지해서 찍느라 이 모냥이었다고 우겨봅니다 -_-;

 

 

우물천장 위로 펼쳐진 꽃무늬 조각이 참 아름답습니다.

낡고 퇴색해서 옛날의 아름답고 호화로운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때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가만히 눈을 감아보지요.

 

꽃같은 나인들이 총총총 들어와 전각의 기둥과 문살 사이에 묵은 때와 먼지를 일시에 쓸어버리고, 휘황한 비단과 주련들로 가득 채운다고 생각해보세요.

지금이야 낡은 일월오봉도와 옥좌뿐이지만, 현란한 병풍 아래 아름다운 가구들이 펼쳐지고 아름다운 비단옷을 입은 궁인들이 바삐 오가고 문무대신들이 편전에 정좌한 가운데 저 옥좌에는 임금이 앉아계신 모습을요.

 

어쩌면 초라하게까지보이는 이 퇴락한 마루방이 그 편전으로 떠오르는 상상에, 쉽게 발을 옮기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단청이 위압적으로 화려하지 않고 참 곱다랗습니다.

 

 

 

 

 

 

 

문정전 옆과 뒤로 이어진 전각들이 이런 주랑과 복도로 다 연결이 되어 있다고, 당시를 그린 동궐도에는 되어 있는데 지금은...

 

 

 

 

문정전 뒤의 숭문당입니다.

'당'의 지위는 '전' 아래입니다.

 

 

 

잡상의 수가 많지 않지만, 참 단정하고 아름다운 전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늘을 나누고 건너가는 지붕선들이 참 아름답습니다.

 

 

 

 

 

 

 

 

새로 단장한 편전과 우물천장, 닫집이 지금까지의 쓸쓸한 소회를 위로해주네요.

 

 

 

어둠이 내리는 숭문당.

경종때 지어진 숭문당은 영조가 태학생들을 접견하여 강학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숭문.. 이름이 고대로 느껴지네요.  숭문당의 현판은 영조어필입니다.

 

 

처마선이 날렵한 함인정은 장원급제한 젊은 신하들을 영조께서 치하하며 주연을 베풀어주었던 곳입니다.

나라의 앞날을 이끌고 갈 젊은 인재들과 학문을 논하고 경연을 벌이는 곳이었으니 저 전각에 올라갔던 인재들은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퇴락한 단청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순조 30년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3년 후에 중건되었답니다.

처음 지어질 때는 이렇게 사방이 뚫린 정자가 아니었다네요.

 

 

 

산 사람이 머무는 곳에, 더구나 임금과 그 가족이 기거하는 궁의 앞 마당에 자리한 석탑이라니.

유교가 통치이념이었던 조선왕가에서, 임금의 정전 바로 눈 앞에 딱 자리한 석탑의 존재...

조선왕조의 근간부터 모욕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왕실존재시에는 있을 수가 없는 탑입니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나 그 후에, 근본도 모르거나, 무시하려는 이들이 갖다놓은 탑이었겠지요.

 

 

밤이 깊어갑니다.

카메라 전지가 다 되어버렸군요. ㅜㅜ

 

 

이후의 사진의 화질은 더 참혹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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