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섯시 반.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3주기 추모 콘서트가 시작됩니다.
진행을 맡으신 탁피디님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한 이유를 말씀하십니다.
3년 전, 5.18 광주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거부하고 '방아타령'을 부른 가카정권에 대한 야유로 꼭 넣고 싶었다고요.^^
저 노래패가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8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아픈 현장마다 민중과 함께 했던 그들의 이력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 젊은 날도 저들과 함께 흘렀네요.
학교 다닐 때,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으로 아르바이트와 시험에 쫓기며 사느라 사실 저는 세상을 몰랐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그 무서운 시대도 막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고생을 한 선배들의 이야기는 불과 한 두 해 차이로 엄청난 간극이 되고 말았지요.
그래도 제 학창시절은 최루탄냄새의 기억이 있습니다.
교문 앞에서 진을 치고 있던 닭장차의 기억. 느닷없이 휴강이 되고 시내에 나가보면 온통 깨진 보드블럭 사이로 흩어진 전단지들.
"학살자 전두환을 처단하라" 붉은 페인트가 선명하던 시내 학교 담벼락의 문구가 뜨거운 여름 햇살 속에서 떠오릅니다.
많은 이들이 죽었고 소식도 없이 사라졌고 많이들 울었습니다.
그런 희생을 치르고야 얻은 '민주화'.
아름다운 서정시 한 편도 맘 놓고 읽는 것이 죄스럽던, 생각없는 무뇌아소리를 들을까봐 겁내하던 그 시절이었지요.
이젠 눈물로 저 노래를 부를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델리스파이스가 그 뒤를 따릅니다.
카피머신의 유쾌한 노래도 이어집니다.
진행을 맡은 탁교수님.
'패션좌파' 탁교수님의 오늘 굴욕.
옷이 너무 끼어서 숨쉬기도 어렵다며 콘서트 내내 툴툴거리셨습니다.^^
"이 자리에 오신 옷 파시는 분들, 입으면 늘어난다는 소리 하지 마세요."
좌중 까르르 ㅎㅎㅎㅎ
4월 총선 때,'충격의 패배'을 안기신 멘붕 4인방 초대 토크쇼입니다.^^
아직까지도 패배의 충격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빨리빨리 털어야 진짜 본선에서 이긴다는 말씀들이었지요.
다른 분도 박수를 많이 받았지만 특히나 목사아들돼지님은 엄청난 환호를 받았습니다.^^
너무나 고맙고 안스럽고 미안하고...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진짜 우리 김용민님은 꼭 될 줄로,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ㅠㅠ
그래도 '부산'에서 이만한 성과를 낸 게 어디냐고 희망적이라고 하신 문성근님.
안돼요!! 우리 이제 '가능성', '희망' 같은 건 원치 않아요.!
우린 승리할 겁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저들을 이기는 것입니다.!!
아 나는 이 사람들과는 레벨이 다르다.
나는 저 쪽에게 진 게 아니라 낙천된 거다. 그리고 내가 양보한 지역에서는 허망하게 새나라당에게 의석을 주는 일은 하지 않았다.
내내 뽐내신 양정철님 ^^
촌철살인의 유머로 여러 번 우리를 웃겨주셨습니다 ^^
"조 아저씨" 박경종님의 우렁찬 노래가 이어집니다.
가슴을 뻥 뚫는 시원한 노래를 들으면서 왜 자꾸 웃음이 날까요?
우리는 나꼼수를 들어버렸걸랑요 ^^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 조! 조! 조조조조!! ♬" 그냥 막 떠오릅니다. ^^
대전 분이시라니 더 반갑고 친근해요 ^^
저녁 해거름이 내려오면서 하늘에 둥실 떠오른 풍선.
우리들 마음도 풍선 따라 하늘로 납니다.
거기... 편안하신가요? 이제 괜찮으신가요?
무대가 이어지는 사이사이, 김제동씨가 나레이션한 봉하영상이 흐르고.
웃다 울다 박수를 치면서도 가슴아린 한숨이 나옵니다.
멘붕 4인방이 지나고, 이제 이긴 분들, 기대되는 분들의 토크쇼입니다.
이른바 '정치돌' 안희정지사님의 잘생긴 모습^^
정연주 사장님, 문이사장님과 안지사님 양정철님의 발랄하고 유쾌한 토크.
그런데 정사장님, 아직도 밀린 월급 못받으셨어요? 진짜 헐이네요 -_-;;;
사심 땜에 자꾸 찍는 것은 결단코 아닙니다!!!!!
안 믿겨진다구요? 왜들 이러세요!!
똑딱이로 있는 힘껏 당겨봐도 무대가 너무 멀어서... 라고 발꼬락 사진을 변명합니다 ㅠㅠ
그래요 이게 최선이라구요!! ㅠㅠ
그만 좀 나오세요 안지사님!!
그런데 인근 충남도지사님이 추모제 때마다 오시는데 정작 이 마당을 책임지시는 대전시장님은 한 번도 못봤네요.
선거가 얼마 남았더라?
뒤끝작렬입니다 -_-;;;
대전 시민광장 분들이신가요?
시낭독 순서입니다.
밤은 깊어가고, 저녁 바람도 맑고 선선하고.
옹기종기 자리를 좁히고 모여앉은 마음들 사이로 노란꽃이 피는 것만 같아요.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 한 사람을 그리워하며 그 뜻을 새기는 시간이 매 해 오늘 마다 거듭되겠지요?
나는 여전히 이 마음으로 여기에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함께 해주세요...
3년 쯤 지나면 사람들의 마음에서도 잊혀지지 않을까 나는 걱정했어요.
그게 이렇게 쓰잘데기없는 기우였어요.
조카와 나란히 어깨를 나누고 앉아있으면서 뜨거운 무엇이 자꾸 가슴 아래서 올라옵니다.
고마움인지, 슬픔인지 잘 모르겠어요.
세상은 참 안 바뀐다. 내 마음 같지 않다... 선거판을 보고 울컥했던 마음이, 역시나 우리 모두는 이런 마음이었구나
다 같은 마음이었구나 위로를 받습니다.
요 며칠 뉴스 보기가 너무 싫어서, 정말 너무너무 싫어서 도망다녔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희망을 버릴 수 없어요.
아마도...이렇게 위로 받고 싶어서 오늘 저녁 나는 여기에 앉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맨 마지막 코너 강산에씨의 열창이 이어집니다.
다들 일어나서 방방 뜨고 함께 소리치며 열정적인 콘서트를 만듭니다.
목청껏 손나팔을 하고 외치고 손뼉을 치고 손파도를 만들면서 함께입니다.
앞자리에 앉았던 두 도령들.
대학생 쯤으로 보이던데, 젊은 친구 둘이 와서 어떻게 노나 웃으며 봤는데 처음엔 쭈볏쭈볏하더니 역시나 거침없이
한무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기성의 얼굴이 되어 젊은 사람들 뒤로 서는 나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열심히 살았다 생각하지만 지금 고단한 청춘들을 보면 미안하기만 합니다.
세상이 정말 이 친구들에게 고단해져버렸어요.
역사상 가장 최고의 스펙으로, 최고의 경쟁률을 뚫고나서 최저의 삶을 유지하는 젊은이들의 고통을 들으며 미안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무사히 3주기 콘서트가 끝나는 밤.
돌아서기 아쉬워 모두들 미적거리며 발걸음을 쉽게 옮기지 못하는데 뒷쪽에서 펑펑 떠지는 불꽃놀이.
유성온천축제의 마지막 밤이라네요 마침.
콘서트의 마지막 행사로 우정출연해주신 불꽃들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시간이 참 절묘하게 맞아떨어졌어요.^^
우리는 비록 돈이 없어서 불꽃놀이를 할 수는 없지만 낑겨서 누릴 수는 있다- 하던 탁피디 말씀이 생각나서 다들 와르르 웃었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정말 죽을 것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아직도 그 고통은 제겐 현재 진행형이고 분노도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하늘과 땅이 딱 붙어서 이 놈 저 놈 할 것 없이 모두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퍼붓던 저주도 아직 내 가슴엔 가라앉아 고여있습니다.
그래도... 잘 버티고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지기 싫어서, 저 인간들에게 무력하게 지고 변절하며 변명하기 싫어서 죽어라 힘껏 살아왔습니다.
우리 모두 참 힘든 시간들이었지요.
그래도... 이렇게 함께인 우리가 있어서 견뎠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지요.
이제 3년상을 치렀으니 그만 눈물을 씻고 열심히 싸워야겠습니다.
이젠 정말 지는 것은 싫습니다.
더는 지기 싫습니다.
올 전반전은 이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 진 건 아닙니다.
기필코 남은 후반전을 이겨서, 아주 아작을 내서 진짜 통쾌하게 웃고 싶습니다.
힘껏 살아요. 다시 우리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요.
대전 3주기 콘서트 후기를 마칩니다.
다음 지역에 계신 분들 기다리겠습니다.
나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