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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까막딱따구리 숲

by 소금눈물 2011. 11. 29.

 

07/26/2011 02:53 pm공개조회수 11 1





지은이의 맨 첫번째 딱따구리 육아일기를 함께 읽었던 친구에게 세번째 책이 나왔다고 하니 그 책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한다. 딱따구리 육아일기를 읽은 후부터 산책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새소리만 들려도 이 책이 생각나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고.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던 것들이 애정을 갖고 돌아보면 사방에서 나를 보고 있고 손을 뻗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그 모습은 언제나 너무나도 절박하고 아프다. 개발이라는 무자비한 인간의 폭력으로 삶터가 사라지고 종 전체의 멸절로까지 달려가는데 우주의 무게로 보면 토끼 한 마리나 사냥꾼이나 그 목숨의 무게가 절대로 다르지 않을텐데 인간들은 무섭지 않나. 저 죄를 다 어찌 받으려고. 사냥꾼이야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다지만 넘쳐나는 물질중에서도 더 더 가지려고자연을, 생명을 두려워하지 않고 싹쓸이로 밀어버리는 족속들을 보면 그 이면에서 사라지는 생명들이 너무나 괴롭다.

처음오색딱따구리를 만나고 지은이를 따라 동고비와 까막딱따구리까지 함께 오면서 어쩌면 이 책들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밖에 말하기 어려운 정말 너무 고마운 인연이었다.
이 책으로 인해 숲의 생명들, 아니 숲을 벗어나길섶과 들판과 강기슭에 기대 사는 보이지 않는 생명들을 나는 깊고 뜨거운 연민으로 바라보게 되었으니. 사랑하고 난 후의 것들은 이전과 결코 같지 않다. 그들은 또 인간에 비해 어찌 그리 약하고 아름다운가.척박한 환경 속에서 짝을 짓고 자손을 남기고,때로 위험속에 자신을 기꺼이 던지면서 그 새끼들을 지켜내는 부모새들을 보면 인간 세상과는 너무나 다른, 숭고한 신의 섭리까지 생각하게 된다. 모든 생명들이신에게서 맨 처음 부여받은 사명이 바로 저러했을 것이라는.

이 책은 앞서 나온 두 권과는 좀 다르다.
앞 책들이 오색딱따구리와 동고비 가족이었다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까막딱따구리가 사는 숲 자체이다. 딱따구리도 살고 원앙도 드나들고 다른 새들도 다람쥐도 (아 정말 너무너무 귀여웠던 스트레칭하는 다람쥐 >_<), 그리고 그 숲속의 개울에 사는 가재도 할아버지 내외도. 부질없는 욕심에 눈을 빛내며 기웃거리는 사람들의 거친 발걸음이 없는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은사시나무숲속 생명들 그 자신이다.

지은이의 눈길이 처음 오색딱따구리를 만나고 동고비를 지나오면서 점 더 넓어지고 짙어지는 것을 느낀다. 풀숲에 숨은 별꽃에 발길이 잡혀 아 참 예쁘다 하면서 보다 그 별꽃이 핀 둔덕을 보고 들판 너머 강물을 보고 산 너머를 보게 되는 것처럼 그렇게 커져가는 눈길이 참 좋다. 더불어 그 어여쁜 것들을 따라가며 보는 나도 참 좋고.

때없이 너무 무겁고비관적으로만 보는 면이 없지 않은 나인지라 은사시나무 숲에깃들여사는 생명들이 다 눈물겹고 슬프지만그런 편견이 없는 이들에겐 이 반짝이는 숲이 얼마나 아름답기도 할지. 풍성한 도판과 시종일관 따뜻한 눈으로 그들을 따라가며 지키는 지은이의 마음에 그대로 이입이 되면서 더할나위없이 고맙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따라가는 숲길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 책으로 지어지기 위해 사라지는 나무를 생각하며, 그래서 그 나무의 목숨값을 제대로 치러내고 있는 책인지 늘 흠을 잡는 나이지만, 이 책을 위해 쓰여진 나무는 그 딱따구리 부모새들의 마음처럼 이 책을 보고 있을 것이라 감히 장담한다.

아름다운 책이다.
사진도,새들도, 숲도, 그리고 이 숲을 지키는 할아버지 내외와 이 숲의 잠깐의 손님이었던 지은이가 세상에 전하는 말도. 정말 정말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이 책들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 은사시숲으로 마음길을 열고 찾아가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가 정말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함께 살아갈 다른 길은 없는지 아프게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 숲의 지리적 위치를 말하지 않은 지은이의 뜨거운 사랑과 책임감에 경의를 드린다. 정말 이 숲은 사람들이 절대 찾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천지에 포크레인소리가 진동하는 이 시대에 쫓기어 갈 데가 없는 그들이 마지막 숨을 쉬고 있는 이 땅의 작은 숲들, 개천들, 들판들에 나는 조그맣게 속삭이고 싶다. 잘 숨어라 아가들아 절대절대 나오지 말고 들키지 말고 꼭꼭 잘 숨어 있어라. 지금은 너무나 괴롭고 척박한 겨울, 조금만 더 버티고 견뎌주어라. 언젠가는 우리가..인간이 신을 두려워하여 너희에게 용서를 빌 날이 있지 않겠니..


제목 : 까막딱따구리의 숲
지은이 : 김성호
펴낸 곳: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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