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이는 잘 돌아갔을까.
이른 새벽부터 도화서에 홀로 나와 화구를 정리하더니, 늦은 밤까지 화원을 수종하며 일을 하는가.
도화서에 그 아이 혼자 뿐인가.
누구보다 뛰어난 화재(畵才)를 갖고도 여인이라 그림을 그릴 수 없다니.
이 나라는 참으로 사내, 양반, 권세가만 사는 나라련가...
상념에 빠진 저하...
오랫만에 들르신 저하인데 빈궁마마는 이 방 안에 홀로 앉아 있는 것만 같습니다.
다과상을 들일까 여쭈어도 저하는 어쩐지 여기 계신 것이 아닌 양 하십니다.
여기 아닌 어디쯤에 저하는 계신 걸까요.
송연의 푸른 치맛자락을 따라서, 지금 어느 밤길을 함께 가고 계신 걸까요.
떨어지지 않던 저하의 눈길을 가슴에 담고 돌아오는 길.
누군가 자꾸 부르는 듯, 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송연.
이것이 무엇인가.
어쩌자고 가슴이 이리 뛰고 아픈가.
무엇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이토록 시리고 서러운가...
미쳤나봐 성송연...
네가 지금 감히... 저하를...
그분이 어떤 분이신데...
어쩌려고 그러니 송연아...
시리디 시린 가슴 한 쪽을 빈궁전 뜨락에 뚝 떼어놓고 돌아선듯,
송연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저 안 어디에 그 분이 계신데...
남이 알까 차마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어느새 도둑같이 스며들었나.
마음에 둘 사람이 따로 있지 어쩌자고 그 분을... 설마 그 분을...
세상의 어느 빛깔로도 그릴 수 없고,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는
이 아득하고 슬픈 그림이 어느새 송연의 마음에 살며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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