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
이건 내 취향은 아니다.
상하권, 적잖은 부피에 등장인물도 무슨 수호지만큼은 되고 그 나름의 캐릭터가 이유가 있고 다 살아있는데도 아무래도 이건 내 동네가 아니다 싶었다. <반드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평은 나 같은 사람에겐 <심심하면 이런 책도 읽어볼 만한>- 이 되겠다.
가톨릭의 힘이 절정에 달하던 중세 1572년, 보헤미아지방의 폐허가 된 수도원에서 끔찍한 살육이 벌어진다. 미친 수도사가 열 명의 여인과 아이들을 무차별로 살해하고 그 수도원에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들어간 부모를 기다리던 어린아이 안드레이는 그 광경을 목격한다. 끔찍한 살육현장에서 죽어가는 여인의 몸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었고 수도사들은 그 아이마저 죽여 영원히 그 일을 묻으려 한다. 이 수도원에서는 세상으로 나가면 절대 안될 물건이 있었다. 그 책을 갖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권력을 갖고 세상을 피바람으로망하게 한다는 악마의 성경이 바로 그것이었다. 수도사들은 그 성경을 목숨바쳐 지키는 순명을 서약한 일곱명의 첨사회원. 어떤 이유로든 그 성경에 접근하는 이들은 모두 죽여서라도 지켜야한다.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안드레이가 삶의 간난을 모두 거치며 성장하는 동안, 수도사의 손길을 피해 살아난 여자아이는 부유한 상인의 집으로 입양을 가서 자란다.
세월이 흐르면서 로마교황청에서는 그 책을 얻으려는 교황들과 추기경들의 치열한 추격이 벌어지고 이 와중에 세 명의 교황이 석연찮은 이유로 죽음을 맞는다. 나름의 논리와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악마의 성경을 찾으려고 시도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뿌려진다.
두 아이가 자라 출생의 비밀과 그 비밀에 얽힌 다가오는 피의 냄새를 맡으면서 그들을 사랑하는, 혹은 사랑하게된 연인들과 인연을 맺게 된 모든 이들에게도 죽음의 손길이 다가온다.
처음에는 모두 숭고하고 온전했다.
그 책을 자신이 찾아 없애고 세상을 악에서 지키려는 마음도 모두 같았다. 하지만 그 책의 흔적을 찾아 빈에서 프라하, 톨레도 등중세에서 가장 유명한 수도원들을 헤메는 동안 그들의 손에는 무고한 이들의 피가 흐르게 되고 점차 그들 자신이 악마의 얼굴이 되어간다. 세상을 구하려던 열정과 굳건한 신앙심은 잔인한 연쇄살인과 그 죄를 덮어버리는 악마의욕망으로 변해버렸다. 어쩌면 <악마의 성경> 자체보다 그것을 찾아 헤메는 수도사들의 피묻은 옷자락에서 공포가 느껴진다.
중세는 이랬을 것이라는 공부도 재미있었다. 서양사에서 재밌게 읽었던 부분이 이야기의 촘촘한 묘사에서 어울리면서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마녀재판, 파문, 봉쇄, 서원, 사면... 한 발 물러서 생각하면의식주와 아무 관계도없으면서 인간들의머리속에서태어난 관념이 얼마나 끔찍하고잔인한 놀음들이었나 싶다. 종교는 이성의 영역은 아니지만 종교의 열기는 광기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프로테스탄트들이 세상을 덮게 되는 날이 올까봐 미친듯이 칼을 휘두르고 나서는 중세 가톨릭 교회의 공포도 그렇고,'잔인한 이슬람'이공격해올까봐 어린 아이들까지 학살하는 지금의 크리스트교도 그렇고.
<악마의성경>은160마리 당나귀의 목숨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얻은 책자체가 아니고,악의 권력을 없애려다 스스로 악마가 되는 인간들의 욕망, 나만이 세상을 정화할 능력이 있고 반드시나여야만 한다는 그 무서운 집착과 광기 자체가 아니었나싶다.
영화로 만들면 드라마틱할까. 아마도 헐리우드에서 좋아할 소재가되지 않을까 싶다. 주제는 무겁지만 활극이 지나치고 너무 극적인 상황들이 이어지다보니 나 같은 독자는 그냥 그랬지만.
이 전에 본 <살인의 해석> 같은 쪽이 훨씬 더 좋았다 내겐. 이건 판타지 액션을 좋아하는 우리 진규가 좋아할 책인 것 같네.
제목 : 악마의 성경
지은이 : 리하르트 뒤벨
옮긴이 : 강명순
펴낸 곳 : 대산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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