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포 장르라 하더라도, 이상하게 나라별로 특색이 다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귀신, 공포는 주로 한과 슬픔의 색이 배어있고 미국의 공포물은 비명과 피가 난무하는, 악동들의 마구잡이 놀이같은 살륙, 그리고 일본의 공포물은 이들과는 아주 다른, 축축하고 휘감아오는 습기의 공포다.
어떤 뚜렷한 대상이나 구체적인 동기도 없이 진행되는 살륙, 엽기적이고 끔찍한 살인을 만들면서도 범인의 죄의식이나 불안한 감정은 거의 보이지 않는 무심하고 집요한 광기 같은 것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일본영화에서 보아온 그런 공포물들이 생각났다. 연쇄살인은 반복되지만 그 살인들의 동기는 독자의 입장에선 불충분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어떤 "동기"가 아니라 "핑계"처럼 보인다.
살육이 벌어졌던 외딴 섬.
그 섬에 찾아든 대학 탐정동아리 멤버들. 고립을 모험이라 즐거워하며 기대에 부풀었던 멤버들은 몇 년전의 사건 그 모습대로 하나 둘씩 싸늘한 시신으로 변하고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절망에 빠져든다.
냉정하고 이지적이었던 이성은 불신과 광기로 허물어지면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광기에 휩싸이는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역시 독자로서의 나는 썩 만족할 수가 없었다.
코넌 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류의 정직한 추리소설이 익숙해져서인가, 얼굴 없는 화자가 쓸데없이 (!) 자주 등장해서 구구절절 자기 감상을 피력하는 것도 불편했고 마무리 역시 썩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뭐 이런 식의 추리소설도 있다- 라고 한다면 몰라도.
아니면 이런 스타일의 추리에 익숙하지 않은 내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흠... 썩 점수는 못 주겠군 -_-;
제목 : 십각관의 살인
지은이 : 아야츠지 유키토
펴낸 곳 : 한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