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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낡은 서고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

by 소금눈물 2011. 11. 24.

 

02/13/2006 09:56 pm공개조회수 3 8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어제부터 궁시렁 거려봐도 기억이 잘 안난다.
<흰장미>가 제목에 있던 건데..
히틀러 치하의 독일에서 지하운동을 하던 남매가 결국은 처형되는 이야기였다.
아 정말 그게 무엇이었더라...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책이 자꾸 겹쳐졌다.
유별나게 <이념>과 <사상>의 논쟁이, 사회변혁기의 가장 첨예한 꼭지를 만들어버리기 일쑤였던 생각많고 충돌도 많았던 이 나라.
순수하게 자신의 이상이나 신념을 위해서 인간은 어디까지 진실하게 매진할 수 있으며 그 정신의 한계를 육체는 어디까지 버텨줄것인가가 괴로운 화두였다.
먼 얘기도 아니다.
80년 광주 이후, 미친 바람처럼 휩쓸어간 그 한시절, 아니 지금도 아직 우리에게 사상과 가치관의 잣대는 누군가에게 재단받고 평결받는 일이 엄연히 존재하지 않는가.

혁명은 물론 낭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관념적으로 자신을 포장해주는 이상 역시 진실은 아니다.

나는 정말... 내 목숨과 가치관의 절멸을 요구하는 시간들에 서 있었다면 지금처럼 속편히 나불댈 수 있었을까.
지금만큼의 얇팍한 주장이라도 내가 뱉은 만큼이나 신념을 지킬 수 있었을까.
영웅적이지 않은, 너무나 평범하고 갈등도 많은 주인공이 바라보고 느끼고 견뎌가다, 드디어는 자신의 컴플렉스이자 모델이기도 했던 친구 자끄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는 마지막은 감동적이었다.

꽃도 십자가도 없이 우리가 만든 저 많은 무덤들의 눈.

같잖은 인사 하나가 요즘 흙탕물을 치고 있는 걸 보면서, 그때였다면, 정말 일제치하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 것인가 생각을 한다.
물론 일부 친일파나 조@!일보 떨거지들의 말마따나 누구나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 상태였다면 적극적인 친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할 수 없이라도 부역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소심하고 겁많은 내 성격상 구십프로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 그렇기 때문에, 그런 목숨의 위협을 당하면서도 자신을 바쳐 사셨던 그 분들에 감사하고 고맙지 않은가. 그 마음을 어찌 기리고 존경하지 않겠는가.

작가는 2차대전, 포로로 잡혔다가 석방된 뒤 지하에서 저항운동을 하던 실화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다.

마음이 무겁다.
가볍지 못한 소설이다. 단숨에 읽혔는데도 생각은 오래 따라온다.
존경하고 질투하는 친구를 두고, 아내의 과거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그런 스스로를 비참하게 생각하고 그러는 너무나 평범하고 인간적인 주인공의 고뇌와 여정.

<여명의 눈동자> 따위, 초인적인 인물들의 투쟁기를 생각했던 내 선입견을 일시에 날려버렸지만 오래 울림이 남는다.

<오월의 노래>가 듣고 싶다.......



제목: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
지은이: 클로드 모르강
옮긴이 : 조광희
펴낸 곳: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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